일반경제기사모음

10% 넘는 고성장은 ‘아 옛날이여!’

도일 남건욱 2008. 8. 29. 19:06

10% 넘는 고성장은 ‘아 옛날이여!’
전문가 30인에게 물었다
3명 중 2명은 내년 8~9% 전망 … 응답자 중 6명은 ‘중국 위기론’ 공감

▶베이징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올림픽 참가국 국기를 이어 만든 13㎞짜리 현수막을 베이징 인근 만리장성 위에서 펼쳐 들고 있다.

국내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도 8~10%대로 예상해 올림픽 이후 급격한 경기 하강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국 경제 위기론에 공감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이 ‘아니다’고 대답했으며 일부 위험요소가 있지만 중국 정부가 잘 관리해 나갈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7일간 이코노미스트가 중국 경제 관련 대학교수, 국책 연구기관과 민간 경제연구소의 중국 담당자, 전경련·대한상의 중국 담당자 등 전문가 30명에게 전화와 e-메일로 조사한 결과다.

설문에 응한 30명 중 25명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5년간 중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그 근거(복수응답)는 ▶국가신인도 및 중국의 국제적 위상 제고(20명) ▶중국 경제의 대외개방 확대(7명) ▶도로, 전기 등 각종 인프라 개선(7명) ▶소비활성화(6명) 등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의가장 큰 원인을 국제적 위상 제고로 본 셈이다.

소수였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 전문가들은 그 이유(복수응답)로 ▶올림픽 전 과잉투자(6명) ▶사회 개방 가속으로 정치 불안 가중(3명) ▶물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2명) ▶부동산 버블 붕괴(2명)를 꼽았다.

이전 올림픽에서 시설에 대한 과잉투자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국가들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림픽과 관련된 시설투자가 경제에 오히려 주름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대체로 8% 이상을 점쳤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가장 많은 전문가(12명)가 9%대의 성장을 예상했고, 그 다음(8명)은 8%대를 예상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9.5~10%대로 점쳐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5명의 전문가는 10%를 점쳤지만 7%대 성장(2명), 6%대 성장(1명), 11%대 성장(1명)을 전망한 전문가도 있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1.4%였던 점을 감안하면 8~9%는 그리 후한 점수는 아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2005년까지 중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9.6%에 이르렀다. 30년 가까이 10%에 육박하는 성장을 해 왔던 중국이지만 앞으로도 고성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설문에서는 그동안 성장한 중국의 경제규모를 감안해 ‘향후 몇 년간 중국이 8% 이상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그 결과 5~10년간 가능하다고 대답한 사람은 9명이었으나 5년 이하로 보는 사람이 16명에 달했다. 이 중 절반(8명)은 3년 이하로 봤으며 앞으로 8%대 이상의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한 사람도 한 명 있었다. 10년 이상 가능하다는 사람도 2명 있었지만 경제 성장률을 8%로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어렵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이 올림픽을 통해 얻게 될 가장 큰 이익(복수응답)은 ▶대내외에 중국 발전상 과시(17명) ▶유무형의 각종 사회 인프라 개선(11명) ▶경제성장의 전기 마련 등이 거론됐다. 이 외에도 정부와 국민의 자신감, 중국기업 인지도 확산, 다인종·다민족 국가인 중국의 단합 등이 꼽혔다.

‘중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복수응답)라는 질문엔 ▶질적 성장으로 전환(12명) ▶불균형 발전의 해소(11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양적 성장과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서는 중국 경제가 곧 한계에 부닥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자체 기술 개발에 의한 기술 독립과 기업경영의 선진화 없이는 중국 경제가 도약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또 빈부격차, 도농 간의 격차 등 중국 사회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는 불균형 발전 역시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로 지목했다.

이 외에도 ▶정치적 안정(8명) ▶법과 제도에 의한 경제운용(8명) ▶금융시스템 개혁(6명) ▶기업과 정부의 투명성(4명) 등이 향후 중국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데 중요한 요소로 지적됐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끌고 왔던 경제를 이제는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해 운용해야 된다는 얘기다.


전반적으로 중국 경제의 성장성을 과거처럼 폭발적으로 보고 있진 않지만 일부에서 제기되는 중국 경제 위기론에는 동조하지 않았다.

24명의 전문가가 ‘위기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으며 그 이유는 ‘중국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믿는다(13명)’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거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잠재력(10명) ▶풍부한 외환보유액(4명) 등 중국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소수(6명)였지만 ‘중국 경제가 위기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들이 제시한 이유는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는 것들이다. 소득불균형에 의한 성장동력 약화, 부동산 시장 버블 붕괴, 정부 주도 경제운용의 한계, 물가상승과 위안화 절상 등이 지적됐다.

마지막으로 ‘베이징 올림픽을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복수응답)라는 물음에 ▶한국의 브랜드 인지도 확대(12명) ▶새로 탄생하는 중산층을 겨냥한 중국 내수시장 진출 확대(9명) ▶금융·레저·서비스업 등 신사업 진출(4명)이라고 답했다.

선진국과 달리 개발도상국의 올림픽은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집중되기 때문에 우리 기업으로서는 홍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 한국과 일본이 그랬듯 올림픽 이후 급속히 늘어나는 중산층을 겨냥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같은 맥락에서 급속히 커질 금융, 레저 산업 등 서비스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도 새겨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