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투자 한다면 분할매수로 … 환매 타이밍은 이미 지나
월가의 탐욕…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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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어둠이 계속되는 가운데 반대편에서 환한 불빛이 보입니다. 이제 터널이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불빛이 반대편에서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기차의 전조등일 수도 있지요.” 장득수 슈로더투신 전무는 현재 금융시장을 ‘터널을 지나는 기차’에 비유했다.
한 치 앞에 닥쳐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장 전무는 “이런 장세에 신규로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며 “신규로 투자한다면 적립식 상품 분할매수가 최선”이라고 충고했다. ‘시골의사’로 알려진 주식전문가 박경철씨도 “폭풍우가 몰아치는데 뱃삯이 싸다고 해서 배를 탈 필요는 없다”며 신규 투자에 신중하라고 당부했다.
박씨는 이번 위기를 러시안룰렛 게임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는 모두 총알이 장전된 것이고 AIG는 총알은 있었으나 빗맞은 셈이라는 것이다. 장 전무, 박씨 모두 기존 투자자들이 환매할 시점은 지났다고 분석했다. 박씨는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배가 침몰한다는 소리에 구명조끼만 입고 바다에 뛰어들 타이밍은 지났다”며 “폭풍우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대처”라고 충고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현 상황에서 ‘스톱(STOP)’하라는 얘기다. 주요 8개 증권사의 펀드 전문가들도 언론에서 적립식 투자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양은희 한국증권 펀드분석팀 차장은 “추가 매수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전문가들은 주식 가격이 저평가돼 싼 것은 사실이지만 싼 것만 보고 무조건 투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 전무는 “불황기에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지 등 기업의 내재가치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낙관론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은 “1929년 대공황, 87년 블랙먼데이, 80년대 저축대부조합 파산, 90년대 롱텀캐피털 사건 등 대폭락 장마다 투자 고수들이 큰 수익을 거뒀다”며 “지금은 지식, 인내심, 배짱 중에서 인내심이 필요한 때”라고 ‘공격적 투자론’을 폈다.
여러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은 투자는 심리 게임이라는 것이다. 조재영 삼성생명 강남FP센터 팀장은 “친한 동생이 1억원을 갖고 와서 어떻게 할지 상담하면 냉정하게 판단하면서도 자신의 돈 앞에서는 객관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반 투자자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마다 전망과 투자 전략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린다. 이에 이코노미스트가 여러 전문가가 모인 자리에서 투자 전략을 들어봤다. 다양한 분야의 재테크 전문가들이 9월 18일 서울 강남에서 가진 긴급 모임에서 토의를 거쳐 각 사례에 맞는 ‘최선의 방책’을 내놓았다. Q&A로 알아봤다.
A 이미 환매할 시기는 지났기 때문에 환매하지 않는다. 펀드를 환매하고 다른 상품에 대안투자 한다고 해도 마이너스 40% 손실을 못 메운다. 급히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시간이 돈’이라는 원칙을 되새길 때다. 2년 정도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사이트펀드뿐 아니라 일반 펀드 투자자나 투자한 지 2, 3년 정도 된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불안하다면 포트폴리오에 다른 펀드 2, 3개를 편입해 분산하는 것도 좋다. 단기 채권형펀드와 가치주를 추천한다.
Q 6개월 안에 투자한 자금을 빼서 급히 써야 한다. 지금 바로 환매해야 할까.
A 돈이 급히 필요하다면 환매한다. 환매하되 두 달에 한 번꼴로 분할해 환매한다. 막연히 6개월 뒤가 지금보다는 좋아지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분할 환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일단 6개월이라는 기한이 있기 때문에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자금 상황을 잘 살펴보고 자금이 필요한 기간이 짧다면 현재 투자금액은 그대로 두고 펀드 담보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Q 은퇴를 앞둔 50대다. 아무리 불안한 때라지만 노후 준비를 안 할 수는 없고 투자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A 월 100만원 투자 기준으로 하면 적립식펀드에 일차적으로 자금의 50% 정도를 투자한다. 나머지 50%는 연금에 투자한다. 연금에 투자하면 소득공제 혜택은 물론 은퇴하고서 오래도록 돈을 남길 수 있는 노후대비의 장점이 있다. 소득에 따라 최고 연간 115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는 개인연금저축에 25%,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변액유니버셜연금에 25% 투자한다. 연금 상품은 65세까지 가입 가능하지만 되도록 40대 이전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Q 30대 맞벌이 부부다. 이럴 때는 가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A 수익을 목적으로 돈을 굴리기보다 예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최대한 적은 액수의 돈부터 모으는 ‘쌈짓돈 전략’을 써야 하는데 투자 준비금으로 최소 5000만원 정도 잉여자금이 필요하다. 남편과 아내 소득의 50% 이상 저축해 목적자금을 만들고 모든 비용을 최소화한다. 월급쟁이라면 휴대전화나 차를 바꿀 생각을 하지 말고, 여행이나 외식도 최대한 줄인다. 사업가라면 사업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최고의 투자다. 신용카드를 없애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외로 많은 지출을 줄일 수 있다.
Q 흔히 ‘위기가 기회’라고 하는데 일반 투자자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A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외환위기 때도 여윳돈으로 투자한 사람들이 성공해서 수익을 올린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내 투자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또 자신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있는지 객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새롭게 투자에 뛰어든다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우리나라가 해외에 발행하는 해외채권펀드를 추천한다.
Q 금융자산 외에 여유자금으로 실물에 투자하고 싶다. 어떤 상품이 괜찮을까.
A 상품은 되팔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금은 강남 압구정 아파트처럼 값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지만 다이아몬드가 금보다 등락폭이 높다. 또 금은 위기 발발 후 값이 올라 투자 1순위라고 할 수 없다. 3년 정도 투자할 생각이라면 저평가된 미술시장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다. 특히 조선 후기 수묵화가 저평가된 상태다. 3년 정도 지나면 환급할 수 있으며 미리 공부해서 투자하면 50~100%의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금은 포트폴리오 중에서 5% 정도, 미술품은 5~10% 정도 비중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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