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6월 24일자 표지와 기사. | |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세를 타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10월 30일 오후 원유 선물은 1.85달러 하락한 배럴당 65.65달러에 거래됐다. 7월 초 배럴당 147달러(두바이유 기준)를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한 것이 3개월 새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올 초만 해도 ‘유가 200달러 시나리오’를 내세웠던 골드먼삭스는 최근 기존 전망을 번복했다. 금융위기에 따른 원유 소비감소 가능성을 고려해 미국의 기준 원유인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의 가격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연말 전망치는 115달러에서 70달러로 내려갔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으로 알려진 골드먼삭스도 자신이 낸 전망을 갈아엎는 굴욕을 겪는 반면 우리나라 대표적 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가 유가하락을 맞춰 주목 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유가하락 전망은 3개월 전 이코노미스트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본지 942호·2008년 6월 24일자). 당시 이코노미스트는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인 김경원 전무가 작성한 ‘글로벌 자원전쟁과 한국기업의 대응’이란 리포트를 토대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 기름값이 뚝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김경원 전무는 인터뷰에서 “거품 요인들이 사라지는 내년엔 배럴당 120~130달러 선인 현재 유가가 그 절반인 60~70달러 선으로 급락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본지가 ‘기름값 반 토막’을 보도할 당시만 해도 고유가가 대세였다. 2008년 6월 당시, 국제 유가는 130달러 선을 오르내렸다. 2007년 6월의 65달러 선의 배에 달하는 것이다.
골드먼삭스는 올 6월까지도 “앞으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4개월 이내에 유가가 150~2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해 세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심지어 연내 250달러까지 오른다고 전망한 곳도 있다. 중국,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의 고도성장 때문에 원자재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그럴듯한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고유가 전망이 투기세력의 조작 아니냐는 의혹도 만만치 않았다. 고유가 전망이 나올수록 유가는 고유가에 베팅한 자본의 탄력을 받아 계속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골드먼삭스는 자신들이 원유 선물시장에 투자했기 때문에 이를 처분하기 위해 과도한 유가전망을 했다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리포트는 투기세력 개입설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규명했다. 지난해 8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미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화 약세와 투기자본의 개입으로 수요-공급과 상관없이 금융시장의 논리에 따라 기름값이 요동쳤다는 설명이다. 또 삼성경제연구소는 유가급락 주장의 근거로 “중국의 높은 투자증가는 재정적자 누적 등으로 올림픽이 끝나는 2008년 하반기 이후 지속되기 힘들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올 1분기 10.6%, 2분기 10.1%, 3분기 9% 등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앞으로 기름값이 어떻게 될지 전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세계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점을 볼 때 당분간 기름값이 떨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경원 전무는 “최근 1년의 기름값 급등세는 과도한 것이며 과도한 급등 후에는 장기 추세선을 크게 밑도는 급락세가 이어지는 게 시장의 속성”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