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땐 신속하고 충분하게 대응 … 경제팀 국민 설득 부족
두 원로가 한국 경제에 주는 충고
■ 은행에 대한 지원 반드시 페널티 물려야
■ 위기 땐 대통령이 최고사령관, 장관은 야전사령관
■ 은행들 새 금융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야
■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행정 해서는 안 돼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직후인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아 환란 수습을 진두지휘한 이규성(69)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이 다시 불거진 경제위기 상황을 보는 감회는 남다르다. 이 회장은 만년필로 꾹꾹 눌러쓴 메모와 2006년에 펴낸 책 『한국의 외환위기-발생, 극복, 그 이후』를 들추며 두 시간 동안 한국 경제의 재생을 위한 고언(苦言)을 쏟아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장이 심각합니다.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을 어떻게 진단합니까?
“이번 위기는 과거 후진국들이 부채를 못 갚아 야기된 국가부도와 다릅니다. 발단은 미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융 부실입니다. 이것이 전 세계로 전염됐고, 지금 실물경기의 후퇴로 연결되고 있어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한국이라고 그 상처를 입지 않고 피해갈 수 없는 처지고요. 세계로 번지는 위험한 전염병이므로 방파제를 튼튼히 쌓는 게 중요합니다.”
-어떤 방파제를 어떻게 쌓아야 합니까?
“그중 첫째가 외환시장 안정입니다. 외국에서 달러를 빌리기 힘들면 1차적으론 우리 외환보유액으로 수출입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지원하고, 그 다음 금융기관 차입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줘야지요.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방향을 잘 잡았습니다. 둘째 방파제는 우리 내부에 취약한 점은 없는지 국내 금융시장을 점검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시급한 게 미분양 주택 등 건설업계의 어려움 해소와 키코(KIKO·환헤지 파생상품) 피해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책입니다. 셋째 방파제는 재정지출을 확대해 실물경기의 과도한 침체를 막는 일입니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확충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찾아야 합니다. 예컨대 이참에 산업구조를 에너지·자원 절약형으로 바꾸는 거예요. 한국 경제가 지식기반 경제로 가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앞당겨 깔자는 것입니다. 선진국들이 이번 위기를 수습하는 데 적어도 1년은 걸릴 테니 내년 상반기에 재정지출을 집중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옳다고 봐요. 넷째 방파제는 경상수지 관리입니다. 단기적으론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고, 중·장기적으론 경상수지 동향을 봐 가며 단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지요.”
-네 가지 방파제로 볼 때 ‘11·3 경제난국 극복 대책’이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데에는 미흡한 것 같은데요.
“좀 더 일찍 이런 정책의 방향을 알리고 단계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더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빠지진 않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11·3 대책을 보면 중소기업 흑자도산 방지 대책이나 청년 인턴제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는 신경 쓴 것 같아요. 미래 성장동력 육성과 관련해선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21세기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투자가 있었으면 했는데 그게 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토건국가식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합니다.
“(저는) 토건국가라고까진 하지 않겠는데…. 물론 도로 건설도 필요하지만 이제는 미래 성장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말로만 에너지·자원 절약형으로 가자고 해선 안 돼요. 차량 요일제 운행은 응급 처방이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대책은 아니잖아요.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도, 건물을 짓는 사람도 에너지를 덜 쓰도록 해야죠. 대통령도 8·15 경축사에서 녹색성장을 강조했는데 이참에 거기에 맞는 투자도 하자는 뜻입니다.”
한·미 통화 스와프는 임시 구원투수
-당장은 첫째 방파제, 외환시장 안정이 가장 중요한데요.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만으로 과연 시장이 안정될까요?
“세계 금융시장이 얼마나 빨리 안정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점이 언제냐, 지금으로선 판단하기 이르지요. 그래서 넷째 방파제, 경상수지 관리가 더욱 중요합니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가면 시장의 기대가 부정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니까요. 통화 스와프는 임시 구원투수지요.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오래가면 여러 대응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통화 스와프를 연장하는 것도 방법이 되겠지요. 또 하나 중요한 게 외국 사람들에게 제때 설명을 잘해주는 것입니다. 10년 전 환란을 수습할 때 부처마다 외신 대변인을 두었어요. 장관들도 수시로 프레스센터에 가서 브리핑을 했고요. 지금은 비밀이 없는 시대 아닙니까? 수시로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면 오해나 억측은 완화됩니다. 그리고 분명하게 대책을 제시하면 별문제가 없지 않겠어요? 있는 그대로 설명해주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분명히 하면 되는 겁니다. 대책을 물으니까 (YS정부 시절처럼) ‘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하니까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해선 안 되지요.”
-현 정부에도 외신 대변인이 있기는 해도 전문가가 아닌 공무원이 맡고 있고,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외신 대변인은 말 그대로 외신기자들을 자주 만나는 게 임무지요. 외신기자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고,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실무 국이나 과에 전달해 자료를 만들도록 한 뒤 그것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겁니다. 직접 질문을 받아 답변해주는 것은 기본이고요.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해야 오해가 없지요.”
-외신 보도와 관련, MB정부의 대응이 외신기자들을 설득하기는커녕 감정적인 반박 자료를 뿌림으로써 오히려 자극한다는 외신기자들의 반응입니다.
“(웃으면서)동양, 서양인이 다르지 않아요. 외신기자들도 우리와 같아요. 사람 사는 세상은 다 같거든요. 자주 만나고 서로 웃고 하면 다 통합니다.”
전쟁상황실 운영하듯 기민하게 움직여야
-외신 대변인 제도 운영이 그렇듯 우리 사회가 11년 전 환란을 수습하고 극복한 소중한 경험과 교훈을 제대로 깨우쳐 실행하지 못해 이런 위기가 닥친 것 아니겠어요?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의 내용 못지않게 그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첫째,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신속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남을 비판하는 경향이 있어요. 정책의 메커니즘이 다 부서진 상황에선 정책 실패를 따지기 전에 먼저 신속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자꾸 정책 실패를 따지면 누가 책임지고 일하려 들겠어요. 웃통 벗어젖히고 뛰어다닌다고 일 잘하는 게 아니거든요.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에는 사회적으로 납득할 만한 실수에 대해선 용인하는 분위기가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일이 터진 뒤 수습이나 하고 말지 미리 나서 대응하려 들지 않게 됩니다. 우리가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지만 그동안 어디 선제적으로 대응한 게 있습니까? 한국은행이 금리를 0.75%포인트 내렸는데, 언론이 볼 때 이게 선제적 대응인가요?
둘째, 위기 대책은 ‘다소 과하다’할 정도로 충분하게 하는 게 좋아요. 대책을 찔끔찔끔 내놓으면 자칫 의구심만 더 키웁니다. 신속하고 충분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책임을 물어야 할 부분에 대해선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금융 지원도 은행에 유동성은 충분히 공급하되 금리는 싸게 해주지 말고 페널티를 물려야 도덕적 해이가 없어집니다.”
-금리인하 시기도 늦었지만 원-달러 환율이 유달리 크게 오르고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큰 것은 정부 출범 초기 강만수 경제팀이 인위적으로 고환율을 유도하는 등 환율정책을 잘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부 출범 초기 환율에 대한 판단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압니다. 처음에는 좀 그랬지만 지금은 큰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봅니다. 사실 지금은 정상적인 계기 비행을 할 수 없는 시계 비행에 의존해야 하는 비상 상황이거든요. 이런 때일수록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또 ‘변덕부린다’고 꼬집지 말고 ‘시장 상황이 그렇구나’ 하며 이해도 해줘야지요. 사실 저도 환란 당시 그다지 환영 받지 못했어요. ‘구시대 관치의 화신이 개혁시대에 맞느냐’는 비판도 받았고요.”
-그래도 환란 직후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계실 때는 경제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았습니까?
“당시에도 부총리제는 없었어요. 재경부, 기획예산위, 금융감독위 등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협조가 잘됐어요. 사실 저는 김대중 대통령의 신임을 크게 받은 사람이에요. 총리보다 독대를 더 많이 했어요. 거의 매주 주례 보고를 하다시피 했거든요. 환란과 같은 위기 상황에는 대통령이 최고 사령관, 재경부 장관은 야전 사령관쯤 되는 겁니다. 그때 총사령관에게 매주 1군 사령관이 전황 보고를 하는 식이었어요. ‘지금 상황이 이렇습니다’ ‘누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라고 보고했지요. 이를 통해 총사령관과 야전사령관이 인식을 같이한 것입니다. 그 인식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이렇게 조치하겠습니다’라고 보고한 뒤 그것을 갖고 토요일, 일요일도 없이 거의 매일 관계장관회의를 했어요. 주로 청와대 별관에서 아침을 겸한 회의를 했는데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이헌재 금감위원장,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은 거의 고정 멤버였어요. 필요에 따라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 이기호 노동부 장관, 박태영 산업자원부 장관이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결정하고, 부처별 애로사항을 듣고, 선후완급(先後緩急)을 조절하니 중구난방이 없는 거예요. 그게 부총리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문제는 부총리직 신설이 아니라 대통령과 경제부처 수장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입니다. 대통령이 일일이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고 전부 지시하면 부총리직이 생겨도 무슨 일을 하겠어요.”
-위기 상황에는 정부 부처가 전쟁상황실을 운영하듯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환란 당시 전쟁상황실은 재정경제부에 두고 총사령관에게 상황을 보고한 뒤 허가를 받아 집행했지요. 지금 상황은 자세히 모르겠고, 제 경험으로 보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1년 3개월 동안 장관으로 있으면서 대통령에게 35차례 주례 보고를 했어요. 독대만 그렇고, 국무회의에 다른 회의까지 포함하면 거의 매일 대통령을 만난 거예요. 그 기간 관계장관 회의는 87차례 했고요.”
-글로벌 신용경색이 원인이라지만 국내 은행들이 잘못한 부분도 많지 않은가요? 싼 이자로 외국자금을 단기로 끌어와 장기 대출을 하는 등 무리하게 덩치 불리기 경쟁을 벌였고요.
“질문 하나 할게요. 환란 이후 9년 동안 경상수지 흑자를 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은 단기 외채를 들여와야 합니까? 그중 선박을 수출하며 선수금 받은 것을 환헤지 하기 위해 들여온 게 700억~800억 달러라는데 우리 외환보유액을 그곳에 쓰면 안 됩니까? 일본 엔화 자금을 끌어온 엔캐리 트레이드도 그래요. (금리가 싸다는)이점만 생각했지 리스크는 보지 못했어요. 키코나 ELS(주가연계증권)가 어느 나라 상품입니까? 우리 금융기관은 외국에서 만든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게 현실이에요.”
여기서 이규성 회장은 1990년 재무부 장관에서 물러나 고향인 충남 논산 건양대학교 교수로 있을 적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994년 YS정부가 대선 당시 공약이기도 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교수는 생각했다. “OECD에 가입하겠다는 것은 곧 자본 자유화를 하겠다는 의미다.
자본 자유화가 이뤄지면 금융 기술자 없는 한국이 과연 외국 금융기관과 경쟁할 수 있을까?” 그는 이듬해 금융 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해 KAIST로 옮겼다. 96년 파이낸셜 엔지니어 양성 과정을 테크노경영대학원에 만들고 직접 강의를 시작했다.
“KAIST에서 금융공학을 공부한 학생들이 400명이 넘어요. 그 사람들과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을 잘 엮으면 우리라고 왜 독자적인 금융상품을 개발하지 못하겠어요? 물론 실패도 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 은행들이 연간 2조원씩 이익을 내는데 그 10%인 2000억원만 뚝 떼어 상품 개발에 나서 보세요.”
-은행들도 이른바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라는 말씀이군요.
“그렇지요. 우리 은행들이 IT와 R&D 비용을 더 많이 써야 합니다. 일반 금융상품이야 우리나라 것이 많아요. 그런데 이른바 구조화된 금융상품으로 들어가면 우리 것이 거의 없답니다.”
-지금 같은 금융시장 혼란기에 금산분리나 자본시장 통합은 적절하지 않으니 늦추자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여론을 살피며 설득해야 할 과제 아니겠어요. 논란이 많은 문제를 왜 하필 어려울 때 하려 드느냐며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개혁은 위기 상황에서 하는 거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거든요.”
규제의 ‘효율화’ 꾀해야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규제를 푸느냐고 반대하는데요.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규제를 바탕에 둔 시스템이지 완전히 자유스러운 시장이 아닙니다. 지금도 사업영역을 하나 늘리거나 상품 하나 개발하려면 관청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규제는 이제 다 풀어야지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제만 남겨놓고 말이죠. 규제는 늘려선 곤란하고 효율화해야 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거론하는 규제기구도 국제 금융 규제기구를 효율화하자는 것이지 무슨 규제를 확대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규제를 효율화하려면 먼저 정부가 똑똑해야지요.
“맞습니다. 똑똑한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똑바로 걸어가야 합니다. 뒷걸음질 치다 쥐 잡는 행정을 해서는 안 됩니다.”
-설득의 문제를 말씀하셨는데 수도권 규제완화 방안을 놓고선 지방의 자치단체장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의원 간 의견이 엇갈립니다.
“정책을 입안할 때 중요한 제도 변화와 관련된 것은 공청회나 설명회, 토론회를 많이 해야 합니다. 각계 여론과 의견을 들어 정책에 반영하고 그 결과를 알려주고요. 저도 환란 때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경제 설명회를 했어요. 터무니없는 소문도, 민원성 이야기도 있는데 솔직히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현 정부와 경제팀에 조언을 하신다면.
“정책의 큰 방향은 옳다고 봐요. 방향을 잡았으면 신속하고 충분하게 해야 합니다. 응분의 책임을 물으면서. 특히 구조조정을 해야 할 부분은 인기를 잃더라도, 고통스러워도 단행해야 합니다. 건설경기 대책의 경우 괜찮은 기업은 유동성을 지원해주되 문제가 많은 기업은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때일수록 종합적으로 잘 조정된 계획과 행동을 해야 합니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면 엉뚱한 파장을 일으키니까요.”
이규성 회장은…
경제팀 맏형으로 환란 해결사 역할
이규성 코람코자산신탁 회장은 서울대 3학년 재학 시절인 1960년 고등고시 행정과에 합격한 수재다. 대학을 나와 63년 재무부에서 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88년 마침내 재무부 장관 자리에 올랐다. 그 사이 전매청장과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으로 있었던 시절을 뺀 20년 동안 재무부에서 조세·금융 업무를 익혔다. 재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대학에서 강의하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있던 그는 환란 직후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는다. 김대중 대통령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지만 공동 정부인 당시 자민련 김용환 수석 부총재의 추천으로 장관이 돼 98년 3월부터 99년 5월까지 경제팀의 맏형으로 ‘외환위기 해결사’ 역할을 했다. 코람코는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그가 주도해 만들었다. 2000년 10월 현대건설이 빚을 갚지 못해 서산농장을 팔려고 내놓았지만 워낙 넓은 땅이라 나서는 데가 없었다. 당시 진념 재경부 장관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민간 금융기법을 활용, 구조조정 리츠(REITs)를 만들자’고 제안해 산업은행과 아는 사람들이 출자해 만들었다. 리츠란 넓은 땅을 여러 사람이 투자해 살 수 있도록 하는 ‘토지의 증권화’를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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