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송 사장이 ‘충치의 왕’으로 불리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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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송 메타바이오메드 사장은 해외 치과재료 전시회를 찾을 때면 본명보다 ‘킹 오브 엔도’라는 별명으로 불릴 때가 많다. ‘엔도’는 충치 치료제 가운데 보존치료제를 뜻하는 ‘엔도돈틱(Endodontic)’의 약자다.
의역하면 ‘충치의 왕’이니 어감이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오 사장은 “그만큼 우리 제품이 시장에 많이 알려졌다는 뜻이라 기분이 좋다”며 웃는다.
보건복지가족부가 3년마다 발표하는 국민 구강건강 실태에 따르면 국민 100명 중 75명은 한 번 이상 충치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다. 이 중 대다수가 치과를 찾는다.
충치가 심하면 드릴로 썩은 부분을 긁어내고 그 자리에 액체 앰플을 넣는다. 수십여 종류의 약품이 발라져 있는 가는 막대를 그 자리에 넣으면 통증이 오기 때문에 신경치료는 ‘치과 단골’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다.
이 다음 단계가 치아의 모양을 본 모습과 같게 만드는 ‘수복’ 치료 단계다. 한때 아말감이나 금이 대부분이었지만 치아 색과 비슷한 레진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메타바이오메드와 다야덴트, 슈어덴트, 스핀덴트 같은 한국 기업들은 치아의 뿌리를 보존하고 치료하는 근관충전재 시장의 강자들이다. 특히 메타바이오메드와 다야덴트 두 회사가 세계 시장의 3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금액으로는 4500만 달러로 전체 7억 달러로 추정되는 충치 치료 시장의 극히 일부분이다.
하지만 이 작은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도 쉽지 않았다. 시중엔 덴츠플라이, 3M-에스페 같은 미국 회사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유정희 우용치과의원 원장은 “6~7년 전만 해도 국산 보존재 제품은 무료로 줘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지금 나오는 제품은 수입품보다 가격은 싸고 품질은 높아 많은 의사가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근관충전재 시장을 석권하게 된 이유는 이 제품 생산과정이 일부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이나 독일, 일본 업체들이 높은 인건비로 고생하는 와중에 한국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결국 한국 기업은 근관충전재 세계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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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복재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레진은 치아의 모습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치료제보다 많은 양이 들어가고 가격도 비싸다. 3g짜리 주사기에 5번 채울 분량이 도매가로 40만~50만원이다.
한국 기업들은 최근까지도 레진을 만들지 못했다. 인체에 들어가는 제품이기 때문에 미국 수출을 위해서는 FDA 승인이 필요하고 임상시험도 해야 한다. 국내 생산에는 유관 부처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국내에선 베리컴, 벨키스트 같은 소규모 업체들이 부분적으로 레진을 만들어 왔다. 충치 치료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던 메타바이오메드도 최근에야 양산을 시작했다. 일부 국산화가 이뤄졌지만 아직도 우리 치과의사들 대부분은 충치 치료제가 예전에 그랬듯 국산 레진을 기피한다.
김민성 메타바이오메드 연구소장은 “보통사람들에게는 충치 치료제 시장이 생소하겠지만 우리들은 오랜 기간 외국 기업들의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한국이 영구 근관충전재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고부가가치의 레진은 이제 막 시작이지만 ‘킹 오브 레진’도 곧 한국에서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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