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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차이나 新산업 막을 열다이것이 중국 미래산업

도일 남건욱 2011. 1. 8. 19:39
팍스 차이나 新산업 막을 열다
이것이 중국 미래산업

중국 산업전략 대전환 … 7대 신성장산업 2020년 GDP 15% 규모로 육성
한국 산업별 대응 달리해야 … 기술 주고 시장을 사는 인식 전환도 필요
김용민 중국경제금융연구센터 연구원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중국은 확실한 세계 넘버 2로 등극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선진국이 숨을 헐떡이며 빈 독에 물을 퍼부을 때 중국은 곳간을 채우며 어마어마한 투자에 나섰다. 중국이 무서운 이유다. 중국은 어디로 향하나? 그들이 키우는 미래산업은 무엇인가? 오는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과해 발효될 ‘12차 5개년 개발 규획(12·5 규획)’에 답이 있다. 핵심은 ‘7대 신성장산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상하이총영사관이 주도해 최근 설립한 중국경제금융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중국이 향후 30년을 걸고 키우려는 미래산업을 심층 분석했다.

요즘 중국경제의 최대 화두는 ‘12차 5개년 개발 규획’ 중 핵심인 ‘7대 신성장산업’이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 10월 18일 폐막한 제17차 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에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 경제의 방향과 사회발전 전략을 제시한 12차 5개년 규획(이하 12·5 규획)을 채택했다. 중국 정부는 2006년부터 추진한 11·5 규획부터 계획 대신 규획이라는 용어를 쓴다. 정부보다 시장이 주도하는 경제 체제로 전환한다는 뜻이 담겼다.

12·5 규획의 핵심 기조는 ‘포용하되 성장을 지속한다’는 ‘포용성 성장’이다. 골자는 양적 성장, 환경파괴형 성장, 도시를 살리고 농촌을 희생시키는 성장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경제와 산업의 구조조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민부(民富)’를 늘리고 질적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 전국적으로 고른 성장으로 대전환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이 채택한 7대 신성장산업은 이러한 전략이 반영된 ‘12·5 규획’의 핵심 산업 정책이다. 산업 전략 측면에서 엄청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30년간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였다. 이를 개선하고 탄소 배출량이 적은 환경친화적 산업,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을 적극 육성해 앞으로 30년간의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생각이다.

중국이 향후 5년간 집중 육성할 산업은 신에너지, 전기자동차, 신소재, 차세대 IT(정보기술),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바이오, 첨단장비다. 중국 정부는 이 중 신에너지, 신소재, 전기자동차를 선도산업으로 분류한다. 중국경제를 이끌 산업이라는 뜻이다. 반면 환경친화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으며 향후 시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IT,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바이오, 첨단장비 등 4개 산업은 경제를 떠받드는 지주산업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의 목적은 분명하다. 자신들이 제시한 신성장산업을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12·5 규획과 함께 발표된 ‘신성장산업 육성 및 발전에 관한 국무원의 결정’에 그런 의도와 의지가 담겼다. “우리는 향후 세계적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반드시 신성장산업을 육성해 키우고 관련 핵심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확보해야 한다.”

7대 신성장산업은 수많은 세부 산업을 포함한다. 망원경으로 멀리 봐야 하는 산업이 있고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봐야 보이는 산업도 있다. 전통산업을 업그레이드하는 프로젝트가 있는가 하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분야도 있다. 무엇보다 7대 산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다른 전통산업의 성쇠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어느 날 뚝딱 나온 정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
하지만 국내에서 중국 미래산업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하다. 몇몇 보고서가 나왔지만 총론에 그친 수준이다. 중국 펀드를 파는 증권사도 이에 대한 심층 연구에 소홀하다. 양국 간 교역이 2000억 달러를 넘어선 마당에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신성장산업은 한국경제의 미래와 직결된다. 우리의 목줄을 쥔 손을 외면하다 숨통이 끊어질 수 있다.

우선 7대 신성장산업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먼저 신에너지 산업이다. 자고로 에너지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했다. 석탄을 지배한 영국이 그랬고 석유를 지배한 미국이 그랬다.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를 위협하는 중국은 어떤 에너지를 지배하게 될 것인가? 태양, 바람, 그리고 원자력이다.

중국 정부는 광대한 중국 대륙에 신(神)이 제공하는 모든 힘을 이용해 자국이 강대국으로 일어서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획득하려고 한다. 네이멍구, 신장의 사막과 동부 연안지방에 부는 강한 바람을 이용해 풍력 터빈을 돌리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태양의 열과 빛을 전기로 바꾸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또 앞으로 10년 동안 원자력 발전소를 150기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 모든 에너지를 원활하게 서로 주고받기 위해 똘똘하면서도 강력한 전력 수송 시스템도 갖추기로 했다. 스마트 그리드다. 2020년까지 중국이 신에너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하려는 금액은 우리 돈으로 약 850조원이다. 이 돈이 중국의 세계 제패를 앞당길지 모른다.

중국은 또한 미래의 전기자동차 강국이다. 가솔린으로 달리는 자동차는 미국, 독일, 일본에 뒤졌지만 전기로 움직이는 차량은 중국이 가장 앞서 나가겠다는 야심이다. 자동차용 배터리 제조로 떼돈을 벌어 완성차 산업에 뛰어든 중국 토종 업체 BYD가 선두에 있다. 이 회사는 전기배터리만 동력으로 사용하는 순수 전기자동차를 중국에 이미 출시하였으며 곧 미국과 한국시장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중앙정부의 지원과 독려 속에 각 지방정부, 기업, 연구소들도 각종 보조금 지원, R&D(연구개발) 투자, 전기 충전소 건립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시장이 될 조짐을 보이자 미국 월스트리트의 큰손들이 먼저 냄새를 맡았다. 워런 버핏이 BYD에 2억3000만 달러를 투자한 게 좋은 예다. 버핏은 앞으로 10억 달러를 더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 전기자동차의 미래에 건 베팅이다.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신소재 역시 중국이 겨냥하는 과녁이다. 기술 혁신의 역사는 소재 혁신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과 나무를 이용하던 인류는 금속을 발견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되자 금속 무기와 장식품을 만들고 금속 생활도구들을 개발했다. 21세기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신소재 개발 없이 신성장산업 육성이 어렵다고 보고 신소재 개발과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자동차, 컴퓨터, LED(발광다이오드) 등 첨단제품에 반드시 필요한 희소금속 자원은 총매장량의 40% 이상이 중국 국경 안에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과 일본의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이 KO승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희소금속이 있다.

신성장산업에 막대한 투자
하드웨어 최강국으로 올라선 중국은 이제 세계 IT 선도국을 노린다. 바로 차세대 IT다. 12·5 규획은 중국 IT 산업에도 대변혁을 몰고올 전망이다. 대변혁의 대상은 공업, 농업, 교통, 환경보호, 공공안전, 의료, 물류 등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모든 분야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사물 간 인터넷, 인터넷상 모든 자원을 자유롭게 이용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통신망과 방송망·인터넷망을 연결하는 3망 융합이 한 축이다. 고성능 IC(집적회로), 최첨단 디스플레이 등이 다른 한 축이다. 이로써 중국의 IT 전략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드웨어 분야는 삼성, LG, 엘피다, 샤프 등 최강자를 중국으로 불러들여 기술 추격을 하고, 소프트웨어 분야는 차세대 시스템에 대폭 투자해 선도자로 나선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 달리 표현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벗는 프로젝트에도 착수했다. 중국경제는 개혁·개방 이후 30년 만에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할 만큼 성장했지만 대가가 작지 않았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와 환경파괴다. 결국 중국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중국은 12·5 규획 기간 동안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산업에 3조 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5년간 투자액의 두 배 규모다. 중국 정부는 고압 주파수 변압기를 대량 보급해 제조업의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LED 가로등을 설치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산업,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 및 공업 오폐수를 처리하는 산업, 고형 폐기물 처리산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그린 강국’을 향한 중국의 장기 발전 전략이다.

바이오 산업은 중국 정부가 키우지 않으면 안 되는 불가피한 신성장산업으로 볼 수 있다. 중국에는 불로장생을 꿈꾼 진시황의 후손 13억 명이 살고 있다. 지속적인 고도성장을 통해 의식주 같은 삶의 기본적 욕구가 해결되자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바이오 산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중국 바이오 산업의 핵심은 바이오 의약이다. 노령화, 소득수준 향상, 새로운 질병의 발견이 바이오 의약 산업을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토록 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연간 돼지 6억 마리, 양 3억 마리, 닭과 오리 100억 마리를 먹어 치우는 중국인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동물 백신 시스템을 강화하고 신품종을 개발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중국이 키우려는 바이오 산업의 또 다른 중요한 영역이다.

2020년 2000조원 규모로 육성
끝으로 첨단장비 산업에서는 기술대국의 정수를 향한 중국 정부의 집요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린 중국은 중대형 항공기 산업에서 보잉과 에어버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11년에는 중형 여객기 ARJ21을, 2016년에는 대형 C919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비행기로 중국을 여행해야 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

비행기보다 더 빠른 고속철도도 만든다. 중국이 12·5 규획 기간 동안 만들 고속철도는 거리가 1000㎞인 베이징~상하이 간을 2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다. 대기 시간까지 따지면 비행기보다 훨씬 빠르다. 우주 저 높은 곳, 그리고 바다 저 깊은 곳까지 연구개발하는 우주항공산업과 해양자원개발산업도 중국의 첨단장비산업에 포함된다. 인간의 감각이 닿는 모든 곳으로 자신들의 관심과 이해득실의 범위를 넓히려는 중국의 기세를 꺾을 수 있을까?

중국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중국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한 7대 신성장산업의 규모를 2015년까지 8%, 2020년까지 1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009년 중국 GDP는 4조9090억 달러였다. 향후 연평균 7~8%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2020년에는 10조 달러가 훨씬 넘을 것이다. 따라서 신성장산업의 규모는 1조5000억 달러 이상, 우리 돈으로 약 200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2020년이면 올해 기준으로 300조원를 조금 넘는 우리나라 1년 예산의 7배에 육박하는 부가가치가 중국의 7대 신성장산업에서 발생한다는 계산이다.

물론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 친환경산업 육성이 중국만의 아이디어는 아니다. 우리 정부도 2009년 ‘3대 17개 신성장동력’을 지정하고 육성책을 발표했다. 문제는 중국이 야심 차게 발표한 7대 신성장산업의 상당 부분이 우리의 신성장동력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들 산업의 경우 필연적으로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경쟁 또는 협력 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해당 산업에서 기술력, 자금력, 산업 규모 등 전체적 경쟁력을 판단해 우리가 중국보다 우위에 있는지 아니면 열위에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대중국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한국과 중국이 해당 산업에서 모두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 산업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한국과 중국은 상호 협력을 통해 해당 산업의 제품개발·생산·표준제정·시장개척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 기업은 어떻게 중국 기업과 ‘윈-윈’할 수 있는지 전략을 마련한 후 중국에 적극적으로 제안해야 한다.

이와 달리 원자력 발전이나 나노 소재처럼 한국의 경쟁력은 강한 반면 중국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분야가 있다. 한국은 해당 산업·품목의 강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출이나 투자 방식으로 중국 시장 직접 진출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시장과 기술의 교환’ 전략을 택할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응해 어떤 전략을 세울 것인지가 관건이다.

반대로 태양광 발전이나 항공기 개발 분야처럼 중국이 우리보다 앞선 산업이 있다. 희소금속처럼 자원 확보 측면에서 중국이 원천적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산업에서는 중국과의 적극적 협력을 통해 우리보다 앞선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판단 포인트는 한국 정부와 기업이 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얼마를 투자해야 하고, 또 얼마만큼의 과실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편으로는 중국이 어떤 자세로 협력에 나서려 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이 점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의 전략적 판단 마련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풍력 발전처럼 한국과 중국이 의욕은 있으나 아직까지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분야가 있다. 한국과 중국은 협력을 통해 공동으로 기술개발, 발전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역시 한국 정부와 기업이 해당 분야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선택과 집중 전략 마련할 때
중국의 대표적 경제시사 주간지 차이징은 2010년을 결산하고 2011년 경제를 전망하는 연말 특집판의 가장 앞부분에 ‘12차 5개년 규획’ 섹션을 마련했다. 그 첫 글은 7대 신성장산업 발전 전략과 기대를 담은 우징롄의 기고문이다. 그는 중국 정부 산하 국무원 발전연구센터에 소속돼 있는, 중국에서 가장 저명한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중국 정부, 경제계, 지식인 사회가 7대 신성장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대목이다.

남북관계의 급변으로 중국의 외교적·안보적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투자 대상국이자 수출입 국가며 매일 수백 편의 여객기가 양국의 기업가와 여행자, 학생을 실어 나르고 있다. 비행기로 2~3시간 거리에 13억 명의 시장과 광대한 토지가 있다.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수백만 명의 조선족 동포와 수십만 명의 ‘젊은 피’ 유학생도 있다.

2011년 중국이라는 거대한 항모가 개방 30년 만에 ‘7대 신성장산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방향을 틀고 있다. 대한민국호는 7대 신성장산업의 어느 분야에 올라타 고성장의 수혜를 볼지 고민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