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원자력·태양광 육성 … 한국에 ‘위협이자 기회’
중국 신장자치구의 풍력 발전소. 중국은 최대 풍력 발전 투자국이다. |
5조 위안,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850조원이다. 중국 정부가 향후 10년간 신에너지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돈이다. 2011년 우리나라 예산의 2.7배 규모다.
신에너지란 화석연료를 변환해 이용하거나 물, 햇빛, 지열, 생물 유기체 등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변환시켜 사용하는 에너지를 말한다.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UNCCC(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4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감축 목표에 서명을 거절해 국제사회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지만 중국 정부 역시 환경 관련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중국은 2009년 신에너지 분야에 345억 달러를 투자했다. 투자국 2, 3위인 미국과 영국을 합한 것보다 많다. 중국 정부는 비화석연료의 소비 비중을 2020년 15%까지 늘릴 계획이다.
중국 정부가 12·5 규획의 7대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신에너지 산업은 풍력, 태양광, 원자력 발전과 대량의 전력을 효율적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 건설사업이다. 이미 상당한 진전이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풍력 발전 투자국이다. 중국의 풍력 발전 설비용량은 전 세계의 35%에 달한다. 또 중국 내에는 82개의 기업이 풍력 발전기 제조 시장에 진출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2020년 발전용량 2억700만㎾
일반적으로 풍력 발전을 위해서는 초속 4m 이상의 바람이 필요하다. 중국의 서부 지역과 네이멍구(內蒙古) 지역은 초속 9m 이상의 강풍이 분다. 풍력 발전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다. 이 지역은 최근 대형 풍력 기지 건설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지방정부와 기업의 풍력 발전 합작투자 계약 체결 소식도 잇따른다.
중국 풍력 산업에서 또 하나의 이슈는 해상 풍력 발전이다. 중국은 허베이성을 시작으로 광둥성에 이르기까지 연해 지역을 따라 무려 23개의 해상 풍력 발전소가 들어섰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풍력 발전 설비 용량을 8600만㎾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는 2009년 기준 우리나라 1년 총 발전용량 7440만㎾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향후 중국 풍력 발전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태양광 발전에도 적합한 조건이다. 중국의 서부·중부·광둥 지방의 연간 일조 시간은 최소 2200시간 이상이다. 베를린이나 시드니의 2배가 넘고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두바이(1800시간)보다 길다. 태양광 발전은 풍력이나 원자력에 비해 발전 원가가 높고 에너지 효율 또한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책이 특히 중요한 산업이다. 중국 정부는 태양광 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과 시범 산업단지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1년부터 5년간 3조 위안을 투자할 방침이다. 태양광 발전 산업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태양에너지 관련 산업에서 중국 기업의 선전 또한 눈부시다. 태양의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반도체 소자 장치를 태양전지라고 하는데, 이 태양전지 시장에서 세계 2위 기업인 선테크를 비롯해 세계 10위권 내에 5개의 중국 기업이 포진해 있다. 이 5개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약 30%에 육박해 국가별 점유율에서는 중국이 세계 1위다.
한국이 강세인 원자력 발전에도 중국은 위안화를 쏟아붓는다.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12·5 규획 기간(2010~2014년) 동안 최고점을 이룰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약 150기까지 늘릴 방침이다. 발전 설비 용량은 8600만㎾에 이를 전망이다.
원자력 관련 설비 시장 또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총 1조 위안을 원자력 발전 산업에 투자해 발전 설비 국산화율 80%를 달성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특히 ‘AP1000(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가압경수로형 원자로)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시장 규모가 약 4000억 위안 수준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관련 설비 기업의 약진이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스마트 그리드 역시 중국과 겹친다. 스마트 그리드란 기존의 전력망에 IT(정보기술)를 접목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쌍방향으로 정보를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을 말한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거대한 전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해서 스마트 그리드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스마트 그리드 산업의 핵심은 ‘삼화(三華) 지역’과 ‘삼종삼횡(三縱三橫) 전략’이다. 삼화 지역은 화베이(華北), 화중(華中), 화둥(華東) 지역을 말한다. 이 지역은 자체로 전력을 수급할 뿐 아니라 주로 외곽에 위치한 신에너지 발전소로부터 생산된 전력을 송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지역에서 다시 가로 세로로 그물망과 같은 전력망을 구축하게 되는데 이것이 삼종삼횡 전략이다. 이를 통해 특히 전력 수요가 많고 수급이 불균등한 삼화 지역의 전력 사용 문제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결국 중국 정부는 스마트 그리드 구축을 통해 중국 대륙 전체를 아우르는 전력망을 건설하는 게 목표다. 이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특고압 관련 산업이나 전기 시설물 관리와 관련된 지리정보시스템 산업의 발전이 기대된다. 관련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시장이다.
정부 목표 무난히 달성할 듯
신에너지 산업 육성에 있어 주목할 점은 중국의 특색이라 할 수 있는 산업 발전 시스템이다. 중국은 토지가 국가 소유다. 국가가 나가라고 하면 살던 집에서 나가야 한다. 다른 나라 원자력 발전소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님비 현상은 중국에서는 다른 나라 얘기인 셈이다. 또한 중국은 ‘대형’이라는 말을 정말 좋아한다. 신에너지 산업에서도 ‘대형 발전 기지’ 건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이 또한 토지에 제약이 없는 중국만의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산업 지원 시스템으로 인해 중국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수치들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 정부가 신에너지 산업 육성을 천명한 이상 중국 신에너지 산업의 미래 기상도는 ‘맑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의 많은 기업이 중국 신에너지 산업 관련 시장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련 콘퍼런스도 활발하게 개최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에 있어 중국 신에너지 산업의 발전은 위협인 동시에 기회다. 위협은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산업이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과 모두 겹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회도 있다. 특히 태양광 산업의 경우 우리나라는 핵심 소재에서부터 최종 시스템까지 일괄적인 생산 라인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을 정확히 파악해 취할 수 있는 부분은 취하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는 진정한 실리 찾기가 필요한 때다.
'일반경제기사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KT, BC카드 인수…'전자지갑 시대' (0) | 2011.02.11 |
---|---|
장하준 교수가 잘못 말한 FTA‘ (0) | 2011.01.19 |
팍스 차이나 新산업 막을 열다이것이 중국 미래산업 (0) | 2011.01.08 |
[신년 특별대담] 남덕우·김덕중 안보와 경제를 논하다 (0) | 2011.01.08 |
외국인들이 본 서울의 비즈니스 경쟁력 (0) | 2011.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