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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淸論濁論] - 아버지를 사겠다던 중국 소년

도일 남건욱 2011. 7. 20. 13:58

[淸論濁論] - 아버지를 사겠다던 중국 소년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금 한국에서는 무상복지 논쟁이 한창이다. 정치권은 여야 없이 무상보육, 무상급식, 무상교육의 공짜 복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이 진실 아닌가?

그래서 경제학은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가르치는데 정치인은 그 반대를 주장한다. 말은 무상급식이라고 하지만 그 비용의 최종 부담자는 국민이며 그 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다들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이처럼 공짜 아닌 것을 공짜인 양 포장하는 것은 마이클 베이의 2005년 영화 ‘아일랜드’에서처럼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가 있다고 속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돼서는 안 되겠지만 정치권의 무상복지 약속이 다 실현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철이 들기도 전에 세상에는 공짜가 있다고 믿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이와 관련해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중국에서 대조적 사례가 있어 간단히 소개한다.

10년 전 필자가 중국에 갔을 때 ‘베이징 저널’에서 읽었던 이야기다. 상하이의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 “아버지를 사겠다”고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사겠다’는 이유는 하루만 자기랑 공원에 가 놀아 달라는 것이었다. 사연인즉 이렇다. 소년은 가족을 위해 주말에도 계속 일해야 하는 아버지와 함께 공원에 가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자 소년은 어느 날 “아빠, 하루에 얼마 벌어요”라고 물었고 아버지는 “30위안”이라고 심드렁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한 달이 지난 토요일 아침, 소년은 막 출근하려는 아버지를 막아서며 “오늘 하루 제가 아빠를 고용하면 안 되나요” 하고는 주머니에서 지폐 두 장을 꺼내 아버지 손에 쥐여주었다. 소년은 이 돈을 모으기 위해 한 달 밥값을 학교에 내지 않고 매일 점심을 밖에서 만두 두 개로 때우고 40위안을 모았다. 30위안은 아버지를 사는 비용이고, 나머지 10위안은 공원 입장권과 아버지 도시락 한 개를 사주기 위해서였다.

아들이 아버지를 산다는 발상도 그렇고 감동만 하기에는 애잔한 사연에 마음이 불편한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이 사연에 주목하고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 까닭은 이 소년의 경우 경제학을 배우지 않고도 ‘기회비용’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0세 소년이 아버지가 자기와 놀려면 하루 일당을 포기해야 하고 이것이 기회비용임을 정확히 이해하는 바탕 위에서 선택하고 행동에 옮겼다는 사실은 지금 생각해 봐도 충격적이다.

우리 현실로 돌아오면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학계의 꾸준한 경고음에도 정치권의 무상복지 출혈 경쟁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선거에서 이긴다면 그 후 발생하는 문제는 지금 걱정하지 않을 만큼 정치적 의사결정은 시간할인율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상복지 논쟁은 투표를 통해 유권자인 국민이 종결해야 할 몫이다.

이때 투표는 결국 우리 아이가 장래에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 공짜가 아닌 공짜를 더 달라고 떼쓰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가 아니면 기회비용을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선택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