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유망주 득시글’ 한국축구…진흙탕 싸움 덕?

도일 남건욱 2011. 7. 29. 17:49

 

‘유망주 득시글’ 한국축구…진흙탕 싸움 덕?

[데일리안] 2011년 07월 29일(금) 오후 02:16
[데일리안 이충민 객원기자]
◇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박지성. ⓒ 데일리메일

"축구란, 22명이 쉼 없이 막노동하다가 마지막은 항상 한국만 달콤한 열매를 맺는 불공평한(?) 스포츠다.“

‘2010 남아공월드컵’ 개막 직전 열린 한국과 일본의 평가전 직후 일본 축구팬이 게리 리네커 명언(축구는 22명이 하루 종일 싸우다가 독일만 최후의 승자가 되는 스포츠)을 패러디한 자조 섞인 말이다.

아시아 최초 월드컵 8강 진출국(1966년 북한), 아시아 최초 월드컵 4강 진출국(2002년 한국)은 모두 세계지도에서 완두콩만한 땅덩어리의 ‘한반도’에서 탄생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압도적인 축구기량을 뽐낼 수 있는 것은 천부적인 신체조건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아시아 전체(터키·이스라엘 제외)를 통틀어 가장 큰 키(2010년 기준, 18~24세 평균 신장 174㎝)를 자랑한다.

허우대만 폼 나는 게 아닌, 내실도 꽉 차 단단한 탱크 이미지다. 특히, 과학적으로 검증된 세계적인 스태미나 식품 ‘김치’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의 체력은 아시아를 넘어선다.

한 예로 평균 35도를 웃돈 ‘1994 미국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은 ‘비공식 스태미나 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한국은 예선 3차전 후반, 유럽 최고의 체격을 앞세운 독일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또 전 세계를 호령한 무적함대 스페인, 남미 고지대서 힘을 키운 볼리비아 선수들과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특히, 고정운-최영일-서정원 등은 ‘찜통 목욕탕’ 같은 그라운드에서 후반 막판까지 뛰어다니며 ‘독일의 심장’ 마테우스를 아연실색케 했다. 골 결정력과 전술 세련미 그리고 노련한 경기운영 대결에서 뒤졌을 뿐, 유럽인과의 ´원초적인 피지컬 싸움´에서는 대등하게 맞선 것.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한국에게 아시아무대는 당연히 좁아 보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은 동남아시아 스타일의 왜소한 체격으로 나약한 이미지다. 일본은 한국의 파워를 이겨내기 위해 1980년대 후반부터 신체접촉을 최소화 한 ‘원터치 패스 축구 시스템’을 접목,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패스게임을 통한 조직력 승부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다. 개인기술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이다.

몸을 부딪쳐야 피지컬 싸움에 면역력이 생기고, 압박 속에서 개인전술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일본축구의 뿌리인 J리그는 출범부터 과격한 몸싸움을 엄격히 금지하는 심판의 지나친 선수보호 판정 탓에 개인기 성장세는 여전히 정체에 가깝다.

반대로 한국축구의 뿌리인 K리그는 시작부터 유럽축구를 지향했다. 과격한 몸싸움을 용인하고, 승리를 목표로 끊임없이 ‘진흙탕 싸움’을 요구했다. 그 결과 원초적인 피지컬 대결에서 뒤지지 않는, 세계적으로도 경쟁력 있는 강한 체력을 갖추게 됐다.

유럽에서 가장 거칠기로 소문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한국 유망주들에게 눈독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축구의 옹골찬 힘과 무궁무진한 잠재력에 반했다. 이영표와 박지성, 설기현이 닦아 놓은 길에 이청용, 지동원이 진출, 축구종가 무대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태극전사들이 잉글랜드에서 성공, 파워와 수비축구를 중시하는 프랑스리그에서도 계속 한국선수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박주영은 탄력과 근력, 순속 3박자를 두루 갖춘 흑인과의 제공권 싸움에서 연전연승, 유럽인들에게 한국인의 남다른 재능을 확인시켜 줬다.

기술축구와 세밀한 전술을 중시하는 스페인 리그에서도 한국 유망주가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FC바르셀로나의 미래로 불리는 백승호가 주인공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도 구자철, 손흥민이 팀 핵심 자원으로 분류하고 있다.

막강한 체력과 압박 속에서의 생존법을 터득한 한국축구는 그야말로 유망주의 보고로 떠올랐다. 과연 이러한 무한 잠재력이 어떤 꽃을 피울지 축구팬들의 가슴이 뛰고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