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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동원한 도매 약국진출에 공격적 대응 '시급'

도일 남건욱 2012. 5. 15. 12:25

[기획특집] 도매자본의 침투와 약사사회(하)

도매업자들이 거대 자본을 이용해 약국시장에 침투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약국 사정과 시장의 흐름을 훤히 알고 있는 도매업자들이 목 좋은 자리를 선점해 사들이거나 임대해 약사들에게 전세 혹은 전전세를 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더욱 문제는 이들이 불법을 일삼기 보다는 갖은 편법을 동원해 법망을 피해간다는 점이다.
이에 광주지부가 이런 도매자본의 약국 잠식에 칼을 빼들고 엄중 대처하기로 했다.
이 시점에서 사태의 심각성과 그 외 도매자본이 약국을 상대로 부리는 횡포에 대해 알아보고 대안은 없는지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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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약국자리와 도매상의 불편한 관계
<중> 도매상에 주눅 드는 개국약사들
<하> 도매자본 약국 잠식에 대한 해결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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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자본의 약국시장 침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도매자본에 대해 약사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걸까?

사실상 도매자본의 약국시장 침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도매업체들이 법망의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어 법적인 대처조차 어려운 것이다.

분업 초기 불법적인 직영 면대약국에서 최근에는 가족 또는 친인척을 통한 약국운영, 입지 선점 후 전세 또는 전전세를 주는 합법적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보덕메디팜의 한양대 병원 문전약국 직영 논란 당시에도 보덕메디팜의 두 약사며느리들은 “도매대표의 며느리라는 이유만으로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항의하기도 했었다.

이번에 보도됐던 광주 사안만 하더라도 도매업과 부동산업을 겸업하고 있는 U도매상이 약국 대학병원 앞과 같은 명당자리 7곳을 소유하고 있다 할지라도 이는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 도덕적인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없기 때문.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도매자본이 결부돼 있을 경우 정상적인 약국 경영은 어렵고 불법적인 행위가 이뤄질 가능성은 커진다는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은 도매자본의 약국진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대약 최종이사회에서 김 구 회장은 "도매자본의 약국진출을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해서라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것이 대한약사회의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다 치밀한 접근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와 함께 도매협회와의 공조를 통해 도매직영 문제를 공론화 시키고 도매자본의 약국진출 근절에 협조를 구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접근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대약은 꾸준히 도매협회에 이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최종이사회 당시 대약 박인춘 부회장은 "도매가 병원앞에서 약국을 운영한다는 얘기가 많아 도협측과 이 부분을 논의했다"며 "그 결과 도협이 약국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됐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대약이 적극적으로 도협의 협조를 얻어 도매직영 약국을 철저히 조사해 명단을 공개하는 등 약사회 차원의 공격적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광주지부의 경우 페이퍼도매를 자행하고 있는 U도매에게 약을 지원해 주는 도매상을 설득, 거래량을 줄여나가도록 해달라고 당부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또 오는 20일 연수교육에서 지난해 10월 문제가 붉어지던 초기 단계에 작성했던 지부장 명의 기고문과 지난달 27일 임원일동 명의로 낸 성명을 전체회원들에게 배포, 회원들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그는 “벌써 회원들 사이에서 ‘U도매가 어디냐’는 의문이나 U도매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U도매에 대해 압박을 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0년 보덕메디팜 임맹호 대표 며느리의 약국 개설을 분회차원에서 강력히 규탄하며 제지했던 성동분회 양 호 분회장도 “약사에게 불합리한 처우를 하거나 비도덕적인 일을 감행하는 도매상에 대해서는 회원들도 이 사실을 널리 알도록 해 해당 도매상과의 거래를 줄여 나가는 등 실질적입 경영 압박을 주는 게 가장 빠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약사 개개인의 윤리의식의 강화임은 자명하다.

이경오 지부장은 “이렇게 도매상들이 목 좋은 자리를 선점해 소유하며 높은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이 자리에 들어가려는 약사들이 있다 보니 이런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처방 많이 나오는 약국 자리에 들어가는 게 최선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스스로 공부하는 약사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도매업체들의 상생 노력도 함께 당부되는 부분이다.

양 호 분회장은 “약국과 상생하지 않고 나만 살겠다고 하는 도매상들로 인해 약국이 무너지면, 약업계도 무너지고 결국 도매도 무너지게 돼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약국가는 장기적으로 지역단위 제1도매상을 만들고 이를 약사회차원에서 소유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