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박사님이 읽은 책

갑자기 폭발하지 않는 기술

도일 남건욱 2018. 11. 5. 11:14

1.

눈이 뒤집히다라는 말은 앞뒤 가리지 않고 화를 낸다는 뜻으로 쓰이는데,

 ​주로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분노를 표출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을 상대로또는 친구들 간의 싸움에서 노골적으로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는 행동은 젊은이들 특유의 것이라는 인상 말이다.

 

2.

 ​하지만 요즘은 중장년특히 남성들 가운데 눈이 뒤집혀 행동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통계조사 결과는 없지만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

 ​또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이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나도 그런 현장을 볼 때가 있다가장 자주 목격하는 곳은 지하철역과 같은

 공공장소다십에서 육십 대로 보이는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성인이 지하철이

 지연됐다고 역무원을 무릎 꿇게 만들거나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3.

 ​이렇게 툭하면 눈이 뒤집힌다는 말을 듣는 중장년층이 이른바 단카이 세대

 ​(団塊世代에 많이 몰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쉽게 폭발하는 중장년층을 모조리 단카이 세대로 묶어버리는 일은 옳지

 않다단카이 세대와 조금 더 늦게 태어난 세대까지 포함한어느 정도 폭넓은

 연령층에  쉽게 분노를 표출하는 그룹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4.

 ​1차 베이비붐 세대라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당사자들이 살아온

 역사도 연관돼 있을 것이다고도 경제성장기는 그들이 가장 빛나던 시대였다.

​ 열심히 노력하면 보답이 뒤따른다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 커졌고동시에

 자존감과 권리의식도 강해졌다.

 

5.

 ​의학적인 요인도 짚어보자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면서 단카이 세대는 넉넉하고

 배부르게 먹었다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먹었고 전쟁 전에 비해 부쩍 사치스러운

 식생활이 이어졌다이런 식습관의 영향으로 당뇨병과 고지혈증 환자들이 늘었고

 뇌에도 생활습관병이 발생한 것이다. 즉 고혈당이나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같은

 증상을 일으키는 식생활에 영향을 받아 뇌 동맥이 경화되고 뇌 신경세포가

 손상을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뇌 손상 상태는 뇌졸중이나 치매처럼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에 뚜렷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하지만 검사로는 알 수 없어도

 나이가 듦에 따라 조용히 뇌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

 

6.

 ​그러므로 감정조절 능력을 잃어버리기 전에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즉석에서 참기 힘든 정신적 압박을 떨쳐버릴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대부분은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오히려 나쁜 정신적 압박을 어떻게든 좋은 정신적 압박

 으로 바꾸는 방법을 익히는 편이 인내심이 한계에 이를 때까지 참지 않을 수 있는

 지름길 이다좋은 정신적 압박은 작업 효율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길게 보면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묘약이기도 하다.

 다시 반복하겠다나쁜 정신적 압박은 눈이 뒤집히기 직전에 켜지는 노란불이다.

 ​노란불이 켜졌을 때 무리해서 교차점을 통과하려고 하면 교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7.

 ​개인이든 기업이든 눈 깜짝할 사이에 평판이 떨어질 수 있다성질이 급하면 자기

 손해라는 말이 짧지만 대단히 무거운 말이기도 한 까닭이다순간의 신경질적인

 행동으로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실질적인 평판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온 사람이라면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

 순간 흥분해서 잃어버리는 것들은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또한 크게 신경질을

 부렸을수록 흥분이 가라앉은 후에 역으로 부정적인 우울함이 습격해 올 수 있다.

 

 출처:니시다마사키(정신과 의사),[갑자기 폭발하지 않는 기술],윤재 역,갈매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