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교미체제는 단혼, 다혼, 잡혼의 세 종류로 구분된다. 단혼은 한마리의 수컷과 한 마리의
암컷이 번식을 위해 짝을 짓는 일부일처제이다. 산비둘기, 앵무새 등의 조류에서 일부일처의 충실성을 엿볼 수 있다. 포유류 가운데 단혼종으로는
난장이 영양(羚羊), 긴팔원숭이, 명주원숭이가 있다. 다혼은 한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과 교미하는 일부다처(polygyny)와 한 암컷이 여러
마리의 수컷을 상대로 교미하는 일처다부(polyandry)의 두가지 형태가 있다. 일부다처는 물개나 고라니와 같은 포유류에서 관찰된다. 물개는
수컷 두목 한 마리가 40-50마리의 암컷을 거느린다. 일처다부는 매우 희귀한데, 자카나, 깝작도요류 등의 바닷새가 보여준다. 잡혼은 코끼리처럼
암수가 각기 성적 배우자를 고정하지 않고 여러 마리의 이성과 번갈아 난교하는 짝짓기 방식이다.
일처다부제가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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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일처제는 남녀가 가장 선호하는 결혼제도이다 | 인간사회의
경우 결혼제도는 일부일처제가 당연시되고 있다. 그러나 다혼 역시 폭넓게 용인되어 왔다. 인류학자인 헬렌 피셔가 지은 ‘사랑의 해부’(1992)에
따르면, 8백53개의 문화권 중에서 일부일처제를 규정한 곳은 16%에 불과하고, 나머지 84%는 남자에게 동시에 두명 이상의 아내를 취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일부다처제는 남자에게 있어 최상의 생식전략이다. 자손을 많이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네스북’에 최다 자손
보유자로 기록된 모로코의 마지막 황제 무레이 이스마일(1672-1727)은 서른살이 안된 5백여명의 처첩들로부터 8백88명의 아이를 낳았다.
일부다처를 공인한 대표적인 종교는 미국의 모르몬교였다. 과거에 모르몬교회 간부들은 평균 5명의 부인과 25명의 자식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같이 일부다처제는 생식 측면에서 남자에게 유리하고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허용되었기 때문에 일부일처제보다 선호도가 마땅히
높을 성 싶지만 실제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명의 아내를 거느린 남자는 겨우 5-10%에 불과했다. 요컨대 절대 다수의 남자들은 한
여자와 결혼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여자라고해서 여러 남자를 거느리지 말란 법은 없다. 일처다부의 대표적인 사례는 티베트 사람들이다.
부인 한명이 남편을 다섯까지 두게 되는데, 남편들은 대개 형제간이다. 맏형이 장가를 간 뒤에 시동생들이 줄줄이 서방으로 바뀐다. 이들 형제들은
아내의 사랑과 육체를 균등하게 공유한다. 그러나 일처다부제는 여성의 생물학적 관계로 번성하지 못했다. 여자들은 임신, 출산, 육아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일생동안 25회 이상은 출산이 불가능하다. 세계 최고의 다산기록을 가진 모스크바 주변 시골의
농부 아내 역시 27번 출산했다. 매번 쌍둥이를 낳은 덕분에 69명의 아이를 낳는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두 쌍둥이 16번, 세 쌍둥이 7번,
네 쌍둥이를 4번 출산했다. 어쨌든 일처다부는 인류사회의 겨우 0.5%에서 시행되고 있을 뿐이며 99.5%의 문화권에서 여자들은 한 남자와
결혼한다. 요컨대 여자들에게 있어 일부일처제는 압도적으로 우세한 짝짓기 방식인 것이다.
문화에 따라 다르다
일부일처제는 남녀 공히 가장
선호하는 결혼제도이다. 인류학자들은 결혼을 남녀가 사회로부터 동의를 받아 성교하고 출산하는 관계라고 정의한다. 이를테면 결혼은 법률적 합의,
성적 접근의 우선권 확보, 생식 자격의 부여 등 세가지 요소로 성립된다. 그러나 결혼이 반드시 배우자 상호간의 성적 충실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일처제는 인간의 짝짓기 전략 가운데 하나일 따름이며, 제2의 생식전략으로 혼외정사를 자주 하기 때문이다.
혼외정사는
다름아닌 간통이다. 간통은 법률적으로 기혼자가 배우자 이외의 이성과 성교하는 행위를 일컫지만 문화에 따라 천태만상이다. 에스키모 사람들의 풍습에
아내접대가 있다. 남편이 사냥친구나 사업동료와 우의를 돈독히 하고 싶으면 부인의 성적 봉사를 제공한다. 부인은 남편이 지정한 사내와 며칠 또는
몇 주 동안 동침한다. 손님이나 낯선 사람과 잠자리를 같이 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공공연한 간통행위는 중세 유럽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봉건영주는 가신이 결혼하면 첫날 밤에 신랑보다 먼저 신부의 처녀성을 유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이른바 초야권으로 알려진
관행이다.
간통은 성교를 전제하지만 문화에 따라서는 성관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은 친척이 아닌
유부녀가 길을 걸을 때 그 뒤를 따라가거나 마실 것을 건네주거나 하면 그 사내가 간통을 저지른 것으로 간주한다. 오늘날 도시의 기혼자들은 부인
이외의 여자들과 교제할 기회가 적지 않다. 가령 매력적인 여비서와 저녁을 함께 먹고 승용차 안에서 신체적 접촉을 통해 만족감을 맛보았다고 했을
때, 비록 성관계까지는 가지 않았을 망정 이미 그 남자는 간통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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