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일칼럼

[사설] 항생제 남용 1위국에서 벗어나려면

도일 남건욱 2006. 8. 4. 09:25
우리나라가 여러 부문에서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 기록을 갖고 있지만, 그 중 일반인에게 그다지 부각돼 있지 않은 게 항생제 내성률이다. 2000년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표적 항생제인 페니실린에 대한 폐렴구균의 내성률이 70%로 세계 1위다. 폐렴에 걸린 환자 10명에게 페니실린을 투여했을 때 7명은 듣지 않는다는 얘기다. 2차 세계대전 때 수많은 환자의 목숨을 구한 ‘기적의 약’이 한국민에게는 어느 새 쓸모 없는 약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나마 인체의 항생제투여 문제는 의약분업 시행으로 어느 정도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고, 최근에는 항생제 사용 병·의원의 명단이 공개되는 등 과다사용을 억제하는 쪽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가고 있다.

하지만 축·수산물의 항생제 문제는 이와 달리 사실상 방치돼 있다.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는 기본 인식조차 없는 농어민이 많다. 경향신문 기획시리즈 보도에 따르면 축산농가나 양식업자는 항생제를 ‘만병통치약’이나 ‘비타민’처럼 마구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축·수산물에 대한 항생제 사용량 역시 우리나라는 세계 1위다. 육류 1t을 생산하는 데 평균 916g, 선진국에 비해 30배가량 많은 항생제를 쓴다는 게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각국 비교분석 결과다. 이는 의약품의 항생제 내성 못지 않게 우려스러운 기록이다. 항생제가 투여된 축·수산물이 인체에 섭취되면 그만큼 우리 건강은 위협받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문제는 농어가에서 항생제를 임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의 맹점에 있다. 영세한 농어가에서 즉각 효력이 나타나는 항생제 사용을 스스로 배제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항생제를 투여할 때 전문지식이 없다보니 자연히 남발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항생제 규제가 불가피하다. 여기서 수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항생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농가에서 반발할 수 있으나, 의약분업처럼 결국 가야 할 길이라면, 그 속에서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안을 모색하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수의사 처방 없이 항생제의 임의 투여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 외에 없다는 점을 정부 당국은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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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8.3 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