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더 거둔 세금 돌려줘야
정부 목표보다 더 오른
경유값 |
경유값 급상승은 정부가 경유에 붙는 세금을 올려서다. 경유에는 휘발유와 마찬가지로 교통세를 필두로 교육세·주행세·부가가치세가 잇따라 붙는다. 6월 말까지만 해도 559.66원이었던 이들 네 가지 세금이 7월부터 609.53원으로 49.87원이나 늘었다. 경유에 대한 세금 인상은 2004년 말 확정 예고됐다. 정부는 당시 휘발유 100(ℓ당 가격 1382원) : 경유 70(962원) : LPG 53(728원)인 가격구조를 지난해 7월 100:75:50, 올해 7월 100:80:50, 내년 7월 100:85:50으로 바꾸기로 했다. 휘발유든, 경유든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므로 값에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세금이 적어 소비자가격이 싼 경유 사용이 많고 매연을 뿜어 대기를 오염시키므로 경유 차량을 억제하자는 뜻이었다. 그러려면 휘발유 세금은 그대로 둔 채 경유 세금을 매해 7월 5%포인트(ℓ당 50∼60원)씩 올려야 한다. 정부는 예고된 세금을 이번에 올린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경유 가격이 크게 올라 있다는 점이다. 6월 마지막 주 경유값은 1250.98원으로 휘발유 값(1538.13원)의 81.3%. 이미 상반기 중 휘발유 값의 80%를 넘어섬으로써 세금을 올리고 말고 할 건더기가 없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금 인상을 강행했고, 그 결과 7월 셋째 주 경유값은 휘발유 값의 84.01%로 내년 7월 목표치에 1년 앞당겨 근접했다. 그림에서 보듯 세금만 따지면 아직 경유가 휘발유보다 ℓ당 267.65원 적다. 주유소 등 유통 과정에서의 마진과 그 10%인 부가가치세를 합친 것도 휘발유(82.96원)가 경유(29원)보다 많다. 그럼에도 소비자가격 차이는 246.96원으로 세금 차이보다 적다. 그 이유는 세금을 부과하기 전 공장도가격에서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석유류 제품의 공장도가격은 정유사가 매주 국제 시세를 보고 정한다. 공교롭게도 6월 하순에서 7월 초 사이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경유 가격이 배럴당 85∼88달러로 휘발유보다 2달러 정도 비싸졌다. 5월 말까지만 해도 휘발유가 경유보다 3달러가 비쌌는데 역전된 것이다. 이를 반영해 국내 정유사가 경유의 공장도가격을 휘발유보다 높게 정한 것이다. 화물차와 버스가 주로 넣는 경유는 값이 올라도 소비가 그리 줄지 않는 반면 자가용 승용차용 휘발유는 값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소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아는 업계에서 이익을 더 남기려고 국제 시세보다 경유값을 더 올리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가격 비율 100:80을 맞추려고 세금 50원을 올리기로 한 것은 휘발유 값 1400원, 경유값 1000원 시절 낡은 옷이다. 국제시장에서 경유값이 오르는데 세금까지 원래 계획대로 올리니 경유 차량 운전자들은 이중으로 고통을 느끼는 게다. RV 차량이 늘었다지만 경유 차량의 주종은 300만 대의 화물 트럭이다. 더구나 이 중 90%는 정부의 유가보조금을 못 받는 소형 화물 트럭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계수단으로 운행한다. 자칫 이들의 경제하고 싶은 마음을 짓누를까 걱정이다. 게다가 벌써 고속·시외버스 요금이 들먹거린다. 따라서 한시적으로 경유 세금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 정유사의 유가 책정 과정도 함께 들여다보고. 정부는 일정에 따라 세금을 올린 것이라지만, 국민은 정부가 약속한 소비자가격 100:80을 기억한다. 그 목표를 넘어섰는데 세금 인상을 강행한 것은 세수(稅收)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도 하다. 더구나 인상된 세금과 그 용처를 보면 묘한 구조다. 값이 너무 올랐다며 소비자가 쏘는 화살은 산업자원부로 날아가는데, 실제 더 거둔 세금을 (유가보조금으로) 쓰는 곳은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다. 신임 경제부총리는 소관 부처를 떠나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늘 강조하는 민생 경제를 위하여. |
양재찬_편집위원 (jayang@joongang.co.kr) | [849호] 2006.07.31 입력 |
'도일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론] 공급자 중심의 사고 (0) | 2006.09.22 |
---|---|
[특파원칼럼] 워런 버핏을 상기하라 (0) | 2006.09.02 |
[사설] 항생제 남용 1위국에서 벗어나려면 (0) | 2006.08.04 |
헌재에 제출한 농림부 의견서에 대한 반박문 (0) | 2006.07.31 |
인류학적으로 접근한 혼외정사 上 (0) | 2006.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