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일칼럼

[시론] 공급자 중심의 사고

도일 남건욱 2006. 9. 22. 18:03
[시론] 공급자 중심의 사고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국내에서 시끄러운 소리 많이 들리거든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아무 소리도 안 들리면 요즘 대통령이 놀고 있구나…’. 며칠 전 그리스 순방길에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한 대목이다. 여기에다 노무현 대통령은 앞으로 ‘계속 시끄러운 소리를 들려주겠다’는 내용을 더했다.

해외에서 교민들 격려 차원에서 가볍게 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만, 대통령의 발언이 발언인지라 그 의미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다. 정치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보통 사람들에게 자신의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말과 행동을 통해서다. 대통령은 보통 사람들에게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에 진심을 헤아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다. 오로지 그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만 정치의 실체와 리더의 진정성 여부를 체험하게 된다.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라면 항상 자신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칠 것인가를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모든 경우에 그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항상 ‘타인들이 이런 발언을 혹은 이런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계산된 언행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언의 경우도 이제까지 여러 번 화제가 되었던 언행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마음에 복잡함을 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근래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화(火)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나타내 주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대통령 자신도 지지도가 낮은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스 교민과의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좀 인기가 없다’는 원인을 두고 ‘국민이 희망하는 수준이 아주 높기 때문에 제 인기가 떨어져 있는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지지도 하락 원인을 두 가지로 꼽고 싶다. 하나는 공급자 중심의 사고다. 다른 하나는 파격에 가까운 언어 사용을 들고 싶다. 언행은 앞에서도 이미 언급되었기 때문에 그렇다 치자. 공급자 중심의 사고는 정말 중요한 대목이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라는 것을 생각할 때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일과 다수의 사람이 간절히 원하는 일 사이에 너무 큰 격차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업이건 정치건 소비자를 무시하면 성공할 수 없을뿐더러 인기를 얻을 수 없다.

권력을 쥐거나 자리가 올라가게 되면 사람들은 흔히 ‘내가 저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자기 본위로 행동하기 쉽다. 대개 어려움은 그런 선택에서부터 나오게 된다. 고객을 중심으로 한번 생각해 보라.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대안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돈을 가진 사람들이 투자에 소극적이고 기회만 닿으면 해외에 돈을 투자하려는 부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조금만 여유가 있으면 아이들을 바깥에 나가서 교육시키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이유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깥에 나가서 돈을 쓰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유 자금은 잔뜩 가진 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을 뜻하는가?

이 모든 것을 관류하는 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살고 싶은 욕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런 욕구들이 이 땅에서 자연스럽게 분출되도록 돕는 일이다. 정치가 해 주어야 하고 해 줄 수 있는 일이 바로 이 부분이다. 대신에 공급자 중심의 사고를 고집하는 한 낮은 인기를 만회하기는 힘들 것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gong@gong.co.kr [855호] 2006.09.11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