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한국축구 2010 프로젝트] (4)팬에 다가가는 K리그 만들어라

도일 남건욱 2006. 7. 15. 14:37
[한국축구 2010 프로젝트] (4)팬에 다가가는 K리그 만들어라
홍헌표기자 bowler1@chosun.com
입력 : 2006.07.14 08:55 40'

▲ 지난 9일 프로축구 삼성하우젠컵 제주FC-울산 현대전이 열린 제주월드컵경기장의 텅빈 관중석. 이날 경기엔 1000여명이 입장해 '그들만의 리그'를 지켜봤다. /최문영기자
독일월드컵 4강 토너먼트가 한창이던 지난주 한국에서는 프로축구 삼성하우젠컵 세 경기가 열렸다. “K리그에도 애정을 쏟아달라”고 했던 월드컵 대표 이천수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가 출전했던 5일의 울산 현대―전북 현대전 관중은 4278명(구단 발표)에 불과했다. 9일 제주FC와 울산의 경기엔 1013명이 입장, 월드컵 효과를 얻지 못했다.

올 시즌 평균 관중 1만명을 넘긴 구단은 수원(1만6100명), 서울(1만3900명), 대전(1만1700명)뿐이다. 8개 구단은 7000명도 못 채웠고, 포항은 2700명에 머물렀다. 사람들은 “월드컵 때 거리에 나섰던 그 많은 팬들은 어디 갔느냐”고 하지만 그들을 원망한다고 K리그를 살릴 방법이 생기지는 않는다.

프로축구는 국민들의 애국심을 먹고 사는 국가 대항전이 아니다. 생활 속에서 다른 레저산업과 경쟁하는 ‘상품’일 뿐이다. 관중의 무관심은 상품의 질을 높이지 못한 감독·선수, 그리고 그 상품을 적극적으로 팔려고 하지 않은 프로축구연맹과 구단이 자초한 것이다.

K리그가 재미 없다는 말은 구단 관계자·감독 모두 인정하고 있다. 기술보다는 몸 싸움과 파울을 앞세우고 지지 않기 위해 수비에 치중하는 경기가 다반사다. 작년 정규 리그와 컵대회 238경기 득점은 총 550골로 경기당 2.3골이다. 일본 J리그(2.86골)에 훨씬 못 미친다.

상품의 질이 조금 떨어져도 서비스와 마케팅이 좋으면 소비자는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구단은 ‘소비자(팬)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팬에게 다가가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기보다는 팬이 제 발로 경기장을 찾아주길 기다리기만 한다. 90억~150억원 정도인 구단 예산의 73%를 몸값으로 받는(2004년 기준·프로축구연맹 자료) 감독·선수도 ‘우리는 경기장에서 성적만 내면 된다’는 아마추어식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준호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 소장은 “프로축구라기보다는 100억원대의 돈을 쏟아 붓는 홍보용 실업축구가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구단 관계자들이 “변화만이 K리그의 살길”이라고 말하면서도 책임은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탓으로 돌린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기회를 살리지도 못하고, 여전히 ‘장기 발전 계획’조차도 세우지 못한 협회와 연맹이 1차적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변화는 현장에서 시작돼야 한다.

당장 구단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안종복 인천 유나이티드 단장은 “팬보다는 모기업을 바라보던 ‘기업홍보형’ 구단은 한계에 이른 것 같다”고 했다. 팀 명칭에서 기업 이름을 떼내고 ‘프로축구 주식회사’ 경영 마인드를 가진 실무형 단장이 각 팀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웅수 FC서울 단장도 “현대팀, 삼성팀이 아닌 팬이 중심이 되는 ‘우리 팀’을 만들어야 K리그가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물론 시민 구단이 곧바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현재의 만성적인 적자 수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선수 ‘몸값 거품’ 제거와 함께 관중 증가가 필수적이다. 관중이 늘면 광고효과가 커지고, 스폰서 유치도 활발해진다.

스타 선수가 없고, 재정 상태도 취약한 대전의 올 시즌 관중이 수원, 서울 다음으로 많은 것은 이유가 있다. 공격적인 티켓 판매, 인터넷을 통한 팬 관리, 선수들의 적극적인 팬 서비스의 결과물이다. 최종준 대구FC 단장은 “구단 직원과 선수들은 시민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며 “구단이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 되는 게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