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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수석대표의 고뇌] 원군 없이 싸우는‘고독한 전쟁’

도일 남건욱 2006. 7. 25. 06:06
[김종훈 수석대표의 고뇌] 원군 없이 싸우는‘고독한 전쟁’
정부와 여당은 여론 눈치보기 급급…스스로 협상력 떨어뜨려
이해영 한신대 교수 :영화 산업의 무역수지가 분명히 심각한…, 25배예요, 25배. 무역수지 폭이, 적자가.

김종훈검색하기 수석대표 :: 영화에서 무역수지가 우리가 적자라는 것은 미국 사람이 우리 영화를 안 본다는 그 얘기시겠죠? 우리는 많이 보는 반면. 그 이야기겠죠? 결국. 그러면 미국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면 될 거 아닙니까?

김종훈 수석대표 :: 섬유 부문은 우리가 특별히 공세를 취해야 할 부분이라고 정부에서는 판단을 하기 때문에 이것(섬유)을 별도로 빼냈습니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 섬유 부문은 우리가 공략하기 위해 떼어냈다고 하는데 이런 거짓말 제발 하지 마십시오. 미국은 언제나 분류할 때 섬유, 의류를 빼놓습니다. 왜? 보호하려고. 그런데 우리나라가 주장했다는 겁니까?

김종훈 수석대표 :: 섬유를 따로 뺀 것을 보고 저보고 거짓말을 했다는데 맞습니다. 미국이 섬유를 따로 빼서 뭐랄까, 수세적인 대응을 하는데…(중략). 우리 정부가 공세를 취하려면 우리도 빼는 게 좋겠다, 이렇게….

4월 24일 열린 한·미 FTA 국회 토론회의 한 장면이다. 이 동영상은 네티즌들에 의해 각종 게시판에 옮겨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게시판에는 한·미 FTA 실무협상을 맡고 있는 김종훈 수석대표의 무능함을 질타하고 있는 댓글이 함께 달려 있다. 어디에도 김 대표를 옹호하는 글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앞서 관심을 끈 또 다른 장면이 있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FTA 1차 협상이 열리던 시각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와 한미경제연구소(KIE)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 자?? 여기에서 한국 전문가인 헤리티지 재단의 발비나 황 동북아정책 분석관은 뼈있는 한마디 말을 던졌다.
“한·미 FTA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득이 된다는 셈법에 동의한다.”

정부 지원도 제대로 못 받는 협상팀

이는 전날 미 상원에서 열린 한·미 FTA 리셉션장에서 ‘한·미 FTA가 잘 안 되더라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잃을 것이 별로 없고 대선 정국의 회오리에 빨려들어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협상단만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현장 분위기를 빗댄 말이다.

이 두 장면만 놓고 보면 한·미 FTA의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훈 대표의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한·미 FTA와 관련해 민심도 얻지 못하고 있고 정부 쪽으로부터 지원사격을 받기 힘들다는 얘기다. 말 그대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물론 미국 측의 발언은 협상 상대방의 ‘힘빼기 전략’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 한·미 FTA와 관련해 돌아가고 있는 국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협상 실무자로서는 기댈 언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안팎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 자체가 협상팀의 무능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한 발 떨어져 보면 원군도, 응원군도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국내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누구 하나 한·미 FTA 찬성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나서는 사람도 없다.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한·미 FTA 추진을 밀어붙였던 노무현 대통령마저 ‘한·미 FTA와 거리를 두는 게 아닌가’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5·31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알기 때문이다. 민심을 거스르고서는 선거에서 또다시 참패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할 국책연구기관들마저 FTA 관련 보고서 공개를 꺼리고 있다. FTA 찬성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던 한 국책연구기관은 최근 관련 자료 요청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론의 뭇매가 두려워 이미 만든 보고서도 꺼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한·미 FTA를 지휘하고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사이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힘빼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각 정부부처 간 이견 조율이 잘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더구나 외교부와 경제부처 사이에는 여전히 서로 엘리트 의식 비슷한 경쟁의식이 있어 벽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핵심 측근들 사이에서도 틈이 벌어져 있다. 특히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이 노 대통령에게 남긴 글을 살펴보면 FTA 반대 의지가 확고하다. 그는 ‘저는 멕시코로 갑니다’라는 노 대통령을 향한 공개 편지를 통해 “차기 정부의 청문회에 서지 않으려면 허황된 보고서를 올리는 사람들부터 자르십시오”라고 비아냥거릴 정도다.

미국과의 협상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과 같은 내부의 충돌이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이유가 어찌 됐든 간에 전쟁터에 나간 병사들이 적군과 싸우고 있는 와중에 자기들끼리 피를 흘려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내부 조율도 끝내지 않고 외부와 협상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협상에 전념해야 할 협상팀이 여론의 향배까지 신경써야 하는 지금의 상황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협상은 협상팀이, 대외 홍보는 전담부처나 부서가, 관련 연구 자료 제공은 국책기관이 나눠 맡는 ‘시스템’과 정부부처 간 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0~1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2차 본협상은 막판 전체 일정이 무산되는 등 양국 간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을 보였다. 양국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한·미 FTA 협상이 파행 위기까지 맞은 것이다. 하지만 설 자리가 없는 한국 측 협상단으로서는 ‘내부의 분열’이 가장 무서운 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측 협상 파트너는 누구?
‘입담’ 센 노련한 통상 전문가들 포진

한·미 FTA 협상의 미국 측 최고 책임자는 바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수전 슈워브(51) 대표. 스탠퍼드대를 거쳐 조지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그는 1977년 USTR의 농업 협상관으로 일본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통상업무와 인연을 맺었다. 1980년에는 존 댄포스 상坪퓻坪?입법보좌관으로 들어가 통상법안 입안 업무를 익혔다.

미주리 주지사 출신인 댄포스 의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유엔 대사까지 지낸 인물이다. 슈워브 대표는 또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89년 상무부 차관보로 발탁돼 4년간 통신 분야 등의 산업정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 1993년부터는 통신업체인 모토로라에서 이사를 지내며 중국과 아시아를 상대로 영업기획 및 협상업무를 맡았다.

이후 워싱턴 외곽에 위치한 메릴랜드주립대에서 2003년까지 8년간 공공정책대학원장을 지냈다. USTR에는 부대표(2명)로 지난해 11월 복귀했다. 이력만 따지면 정·관계를 두루 거친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아픈 경력도 있다. 부시 1기 행정부 당시인 2003년 재무부 차관으로 지명받았지만, 인준과정에서 소득신고 누락 사실이 드러나 스스로 포기한 기록이 있다.

슈워브 대표와 함께 한·미 FTA의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웬디 커틀러 부대표도 빼놓을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이다. 2차 협상에서 한국을 방문해 김종훈 수석대표와 실전에서 치열한 머리싸움을 벌인 주인공이기도 하다. 슈워브 대표가 박사학위를 딴 조지워싱턴대를 나왔다. 처음 직장생활을 한 곳은 미국 상무부.

그는 1983년부터 1988년까지 상무부에서 근무하다 1998년 무역대표부로 자리를 옮겼다. 무역대표부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와 APEC 담당관으로 일했다. 경력만 놓고 보면 통상교섭 업무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이를 놓고 통상교섭 부문에서는 한국 측 김종훈 수석대표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군다나 40대 중반의 아들을 둔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입담(?)에서 결코 김 수석대표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듣는다. 더군다나 협상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김 수석대표가 한 마디할 때 열 마디 스무 마디를 하지 않겠느냐는 협상장 밖의 시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