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수석대표의 고뇌] 원군 없이 싸우는‘고독한
전쟁’
정부와 여당은 여론 눈치보기 급급…스스로
협상력 떨어뜨려 |
이해영
한신대 교수 :영화 산업의 무역수지가 분명히 심각한…, 25배예요, 25배. 무역수지 폭이, 적자가.
김종훈 ![]() 김종훈 수석대표 :: 섬유 부문은 우리가 특별히 공세를 취해야 할 부분이라고 정부에서는 판단을 하기 때문에 이것(섬유)을 별도로 빼냈습니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 섬유 부문은 우리가 공략하기 위해 떼어냈다고 하는데 이런 거짓말 제발 하지 마십시오. 미국은 언제나 분류할 때 섬유, 의류를 빼놓습니다. 왜? 보호하려고. 그런데 우리나라가 주장했다는 겁니까? 김종훈 수석대표 :: 섬유를 따로 뺀 것을 보고 저보고 거짓말을 했다는데 맞습니다. 미국이 섬유를 따로 빼서 뭐랄까, 수세적인 대응을 하는데…(중략). 우리 정부가 공세를 취하려면 우리도 빼는 게 좋겠다, 이렇게….
이에 앞서 관심을 끈 또 다른 장면이 있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FTA 1차 협상이 열리던 시각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와 한미경제연구소(KIE)가 공동으로 주최한 기자간담회 자?? 여기에서 한국 전문가인 헤리티지 재단의 발비나 황 동북아정책 분석관은 뼈있는 한마디 말을 던졌다. “한·미 FTA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득이 된다는 셈법에 동의한다.” 정부 지원도 제대로 못 받는 협상팀 이는 전날 미 상원에서 열린 한·미 FTA 리셉션장에서 ‘한·미 FTA가 잘 안 되더라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잃을 것이 별로 없고 대선 정국의 회오리에 빨려들어가 대혼란에 빠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협상단만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현장 분위기를 빗댄 말이다. 이 두 장면만 놓고 보면 한·미 FTA의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훈 대표의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한·미 FTA와 관련해 민심도 얻지 못하고 있고 정부 쪽으로부터 지원사격을 받기 힘들다는 얘기다. 말 그대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물론 미국 측의 발언은 협상 상대방의 ‘힘빼기 전략’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재 한·미 FTA와 관련해 돌아가고 있는 국내 분위기를 감안하면 협상 실무자로서는 기댈 언덕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안팎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는 것 자체가 협상팀의 무능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한 발 떨어져 보면 원군도, 응원군도 없는 싸움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국내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누구 하나 한·미 FTA 찬성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고 나서는 사람도 없다.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한·미 FTA 추진을 밀어붙였던 노무현 대통령마저 ‘한·미 FTA와 거리를 두는 게 아닌가’하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는 여당인 열린우리당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5·31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을 알기 때문이다. 민심을 거스르고서는 선거에서 또다시 참패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할 국책연구기관들마저 FTA 관련 보고서 공개를 꺼리고 있다. FTA 찬성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던 한 국책연구기관은 최근 관련 자료 요청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여론의 뭇매가 두려워 이미 만든 보고서도 꺼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한·미 FTA를 지휘하고 있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사이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힘빼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각 정부부처 간 이견 조율이 잘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더구나 외교부와 경제부처 사이에는 여전히 서로 엘리트 의식 비슷한 경쟁의식이 있어 벽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 핵심 측근들 사이에서도 틈이 벌어져 있다. 특히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이 노 대통령에게 남긴 글을 살펴보면 FTA 반대 의지가 확고하다. 그는 ‘저는 멕시코로 갑니다’라는 노 대통령을 향한 공개 편지를 통해 “차기 정부의 청문회에 서지 않으려면 허황된 보고서를 올리는 사람들부터 자르십시오”라고 비아냥거릴 정도다. 미국과의 협상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과 같은 내부의 충돌이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다. 이유가 어찌 됐든 간에 전쟁터에 나간 병사들이 적군과 싸우고 있는 와중에 자기들끼리 피를 흘려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이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내부 조율도 끝내지 않고 외부와 협상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협상에 전념해야 할 협상팀이 여론의 향배까지 신경써야 하는 지금의 상황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협상은 협상팀이, 대외 홍보는 전담부처나 부서가, 관련 연구 자료 제공은 국책기관이 나눠 맡는 ‘시스템’과 정부부처 간 협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0~1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2차 본협상은 막판 전체 일정이 무산되는 등 양국 간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을 보였다. 양국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한·미 FTA 협상이 파행 위기까지 맞은 것이다. 하지만 설 자리가 없는 한국 측 협상단으로서는 ‘내부의 분열’이 가장 무서운 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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