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왜 안 나서나] 협상 지휘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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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전용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 최소한 지금까지 정부는 한·미 FTA에 대해 이런 구호를 내세우면서 한·미 FTA의 필요성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한국의 기업들이 좀 더 자유롭게 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서 한·미 FTA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가 옳은가? 아무도 옳지 않다. 한·미 FTA가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가 될지, 아니면 악마와의 키스가 될지는 협상이 끝나봐야 안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자면, 우리 것은 하나도 개방하지 않으면서 미국 시장만 개방하는 형태로 FTA가 타결된다면 금상첨화가 아닌가? 그 반대의 경우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 문제는 한·미 FTA 협상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 나가야 우리에게 가장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의 협상력과 전략에 따라 한·미 FTA는 고속도로가 될 수도 있고, 악마와의 키스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심각하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FTA 협상이 제대로 될 리 없고, 스크린 쿼터 축소 등 4대 현안을 양보하면서 FTA 협상을 구걸(?)해 놓고 협상이 잘 될 리 없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하지만 두 눈 뜬 자라면 지금 이대로 협상을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국가 간의 협상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이런 문제도 협상 ‘과정’에서 풀어가야 한다. 한·미 FTA. 개인적으로는 악마와의 키스가 아니라 고속도로가 돼야 하고, 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라면 ‘결코 아니다 (Never)’. 이제 그 이유를 조금 찬찬히 살피도록 하자. 지금까지의 한·미 FTA 협상, 그리고 앞으로 진행될 협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미 FTA에 대한 정부의 비전이 어떻게 되어 있는?하는 것이다.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기필코 협상을 타결시킬 것인지, 아니면 정권 교체를 전후해 이슈 제기라는 형태로 적당히 넘어갈 것인지. 어느 쪽인가? “정부가 뒷짐지는 것은 말도 안 돼” 기필코 협상을 타결시킬 생각이라면 그렇게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과 로드맵은 무엇인가? 그냥 이슈 제기라고 생각한다면 도대체 이런 무의미한 판은 왜 벌였는가? 만약 전자(前者)라면 그 전략과 로드맵을 지금 하나하나 풀어내야 한다. 일반인들은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최소한 협상 전문가들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는 전략과 로드맵이 가시화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협상팀 수장의 말과 표정을 보아하니 이런 반대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당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의 정책 전체를 아우르는 차원에서 한·미 FTA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구체적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정말 묻고 싶다. 어떤 전략과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지. 백번을 양보해 이런 반대를 그대로 두는 것도 정부 전략의 하나라고 하자. 하지만 협상의 관점에서 보면 두 가지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선 이런 치열한 반대의 와중에서 정부(대통령)는 ‘국내협상’을 위한 별도의 팀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팀의 성격이 ‘영 아니다’. 국내협상(내부협상)의 필요성을 인정한 점에서는 진일보한 것이나, 그것을 현재 협상팀과는 ‘별도로’ 구성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내부협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내부협상의 과정이 우리 협상력 제고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미국과 외부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협상팀이 내부협상의 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시민단체와 이해관계인이 왜 그렇게 반대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가슴으로 느끼고 상대편에게 납득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내부협상팀과 외부협상팀을 분리할 경우 이것은 또 다른 생색내기 청문회와 다를 바 없게 된다. 또 하나 국내의 격렬한 반대를 왜 우리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워싱턴이나 서울에서 (폭력이 아닌) 평화적으로만 시위를 한다면 이런 반대는 우리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우리 협상팀이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단일한 대응’ ‘한목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 우리 협상력 제고는 요원하다. 고속도로 될까, 악마와의 키스 될까 또 있다. 거듭 말하지만 고속도로가 될지, 악마와의 키스가 될지는 우리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협상 초안을 최소한 전문가들에게라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제조업과 서비스의 개방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NAFTA 11장과 같은 투자 조항은 더 없이 중요하다. 미국의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이 조항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정보가 없다. 멕시코의 사례에서 보는 환경 침해 등에 의한 제소가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라고 왜 자신있게, 이 조항들을 공개하면서 말하지 못하는가? 언론 보도에 의하면 투자에 대해서는 양국 간 이견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단 말인가? 나아가 왜 한국의 미래가 담보될지도 모를 협상 초안을 공개하지 않는가? 합의를 보지 못해 괄호에 넣은 부분이 무엇인지, 합의를 해준 부분이 무엇인지 왜 공개하기를 꺼리는가? 이것도 전략인가? 정말 그러한가? 국가 간 협상은 협상에 나서는 협상팀만 하는 것이 아니라(외부협상), 전 국민이 심혈을 기울여 하는 것이다(내부협상).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의 장기 목표 하에 협상의 전략과 비전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에게는 그런 전략과 로드맵을 마련할 컨트롤 타워가 있는가? 정말 있는가? 있다면 이 어지러운 협상의 와중에 이제는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한마디쯤 해야 되지 않는가? ‘우리에게는 모든 경우에 대비한 전략과 비전이 있다고’. 아하 그렇다면 나는 ‘한뮌括?왜 항상 협상에서 지는가?’ 라는 질문을 안심하고 거둬들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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