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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팔아 빚 갚는 것도 고민해야

도일 남건욱 2007. 8. 29. 20:00
집 팔아 빚 갚는 것도 고민해야
자금 여유 있으면 추이 지켜봐야…싼 전세로 옮기는 것도 방법
내 돈은 안전한가① 대출 이자부담 줄이기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자금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앞다퉈 상담에 나서고 있다.

평소 재테크에 감각이 있다고 자부하던 회사원 Y씨(42)는 요즘 뉴스 보기가 겁이 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 인상, 증시 폭락 같은 소식 하나 하나가 우울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신의 자산 내역에 대해 주기적으로 확인을 해보던 것도 접었다. 본인 스스로 ‘야구경기에서 한꺼번에 3명이 아웃 되는 삼중살의 위기에 빠졌다’고 말할 정도다.

불행의 발단은 지난해 말 무리하게 집을 산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Y씨는 지난해 말 그동안 살던 경기도 구리의 112㎡(34평형) 아파트를 팔고 서울 잠실에 있는 92㎡(28평형) 아파트로 이사했다. 살던 곳보다 면적도 작고 가격도 3억원 이상 비싸기는 했지만 재건축 가능성과 인근에 제2롯데월드가 건설될 경우 집값이 추가로 오를 수 있을 것을 기대해 과감히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부족한 자금 3억원은 연 이자 5.6%의 은행 대출로 조달했다. 이로 인해 매달 140여만원의 적지 않은 이자와 좁은 집에 사는 불편함, 가족들의 반대 등도 있었다. 그럼에도 집값이 오르면 이 모든 유·무형의 비용은 다 보상 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1년이 조금 안 된 현재의 상황은 Y씨의 당초 기대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가장 기대했던 집값 상승은 오히려 반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Y씨의 잠실아파트는 이후 인근의 제2롯데월드 건축이 또다시 무산되고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도 떨어지면서 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세를 확인해 보니 현재 가격은 Y씨가 샀을 때보다 1억원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이자 월 140만원→160만원

하지만 이보다 더한 스트레스는 계속 늘어만 가는 이자 부담 때문이다. Y씨는 무리해서 3억원을 대출 받아 월급에서 매달 이자를 내고 있는데, 대출 이자는 집값과 반대로 야금야금 늘기만 한다. CD금리 연동 3개월 변동금리 조건으로 대출 받은 Y씨는 처음에는 매달 145만원을 지불했지만 이후 계속 이자 부담이 늘어가면서 지금은 한 달 이자가 160만원에 이른다.

불과 1년도 안 돼 이자 부담이 매달 15만원이나 늘어나니 아내에게는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 치지만 이제는 Y씨 스스로도 내심 불안감을 느낄 정도다. 월급에서 차지하는 이자 비용이 50%에 육박하니, 이 같은 불안감도 괜한 게 아니다.

이렇게 집값은 떨어지고 계속 금리가 오르다가는 최악의 경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일이 자신에게도 닥쳐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해 지기도 한다. 자신만만하던 Y씨도 그동안 재테크 전략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았나 후회하는 중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몰고 온 유동성 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대출 금리도 계속 올라 대출 사용자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최근 대출 금리가 최고 7.8%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아직 부도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점 늘어나는 대출 이자 부담에 한숨이 커지는 건 누구나 어쩔 수 없다.

특히 사상 처음으로 한국은행의 콜금리 목표치가 두 달 연속 오른 데 이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으로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CD금리도 8월 17일 현재 연 5.25%에서 당분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아 대비가 필요하다. 5월 말 현재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3조1000억원으로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93.6%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출 사용자 입장에서 이 같은 난국을 어떻게 헤쳐가는 것이 유리할까? 이에 대한 해법은 먼저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먼저 투자목적으로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해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라면 원점부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은행권 대출 외에 추가로 연10% 대출 금리 이상의 제2금융권이나 비싼 고금리 자금을 동원한 경우라면 하루라도 빨리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갚을 수 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을 팔아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Y씨 경우처럼 월급의 50% 정도를 이자로 내는 경우라면 차라리 부동산을 팔고, 대출금을 갚고, 그 남는 돈으로 전·월세로 옮기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그는 현재 생활비가 모자라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도 보듯 무리한 대출과 고금리 부담, 그리고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주택 가격이 결국 개인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이미 높은 이자 부담으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고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나 주택가격 하락시 한계에 다다를 우려가 있는 경우라면 지금 결단을 내리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매각 가능한 부동산은 정리해 악성부채를 상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의 하나 상황이 악화돼 지금보다 주택시장이 더 얼어붙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현금화할 수 있는 기회마저 잃어버릴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때는 집이 경매로 넘어가고, 이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못 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 잘 풀릴 것을 기대해 공격적으로 투자했겠지만 이때도 아니다 싶으면 손해를 보더라도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더 큰 손실을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다음으로 주택 실수요자, 혹은 악성부채가 없고 소득이나 집값 등에 비추어 대출 금액이 과다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주택시장 침체가 발생하더라도 견뎌낼 수 있는 경우다.

이때는 급하게 주택을 처분하면서까지 대출을 정리할 단계는 아니다. 따라서 일단 6~7%대의 대출 금리를 부담하면서 향후 금리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때마침 미국도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리 인하 추세로 돌아선데다가, 우리 금융당국도 대출이자상한제를 도입할 태세여서 기존 대출자 입장에서 다소 안심이 된다. 대출이자상한제는 주택담보대출시 적용한 대출 금리가 연 6%이고, 대출 이후 오를 수 있는 금리 한도가 2%포인트라면 향후 시장 금리가 크게 오르더라도 대출 금리는 연 8%를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때도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을 것에 대비해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필요하다.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방법

따라서 우선 내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대출 조건부터 살펴보자. 만일 사용하고 있는 대출이 7%대 고정금리 조건이라면 최소한 대출 금리가 올라갈 걱정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시장금리 연동형 변동금리 대출이라면 최근에 그렇듯 앞으로도 시장 상황에 따라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이때는 위험 부담을 피해갈 수 있도록 기존의 6%대 변동금리 대출을 7%대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보자. 만일 3년이나 5년 뒤 내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면, 과감히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옮기면서, 일정기간 동안 이자만 갚는 대출상품으로 옮기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대개의 경우 고정금리 대출 조건이 변동금리 조건보다 대출 금리가 1~2%포인트 비싸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전제는 고정금리 대출로 바꿈으로써 보다 유리해져야 한다.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더라도 지금의 변동금리 대출과 금리가 큰 차이가 없고, 설정비 등의 추가비용 부담이 최소화 돼야만 실익이 있다.

특히 대출잔여 기간이 3개월, 6개월 미만 등으로 머지않아 대출을 갚을 예정이라고 한다면? 갈아타면 괜히 중간비용 부담만 더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대출사용 기간 동안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추가되는 비용 등을 감안해 판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출상환도 어렵고,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도 쉽지 않은 경우엔 이자 부담 증가나 대출 조건 악화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가계의 수입과 지출을 따져 지금보다 금리 부담 비용이 더 늘어날 때는 이를 해결할 방안을 계획해야 한다. 쉽게 말해 기존의 생활비를 확 줄여 금리 부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감하게, 거주비용 부담을 줄여 싼 곳의 전세로 옮기는 것도 대출에 관한 지혜다. 예를 들어 2억원짜리 전세를 1억원짜리 전세로 바꾸는 식이다. 고급 아파트에서 저렴하고 깨끗한 다가구·다세대로 옮기면서 주거비를 줄이는 건 불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다행히 우리는 주택가격 대비 대출 비중이 높지 않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집값이 워낙 비싼 우리 현실에서 내집 마련을 위해서는 사실상 부담할 수 있는 비용 한계치만큼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이 ‘한계치’에 도달한 당사자인 경우 대출 이자 부담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결국 집과 관련해서 꼬인 문제를 푸는 방법밖에 없다. 집을 팔든가, 집에 들어가 있는 전세금을 줄이든가.

대출 이자 증가에 맞춰 급여나 소득이 계속 느는 것도 아니다. 결국 대출 이자 증가 해결책은 가계 내부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