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경제기사모음

“동아시아 드림팀에 기회 있다”

도일 남건욱 2007. 8. 29. 20:06
“동아시아 드림팀에 기회 있다”
한국은 황해 자유무역지대 강력한 조정자…미국 단독 주도권 시대는 끝나
이코노미스트 창간 23주년 기념 ‘오마에 겐이치’ 특별 강연

“한국 기업이 아니라 동아시아 기업이라고 생각해야 기회가 온다.”

이코노미스트가 창간 23주년을 기념해 초청한 세계적 경제 평론가 겸 컨설턴트인 오마에 겐이치 박사가 한국 CEO들에게 던진 화두다. 오마에 겐이치 박사는 3월 27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300여 명의 재계 CEO·임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중국·일본 경제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특별강연을 했다. 그는 “동아시아는 정치적으로는 사이가 좋지 않지만, 경제적으로는 유럽연합(EU)처럼 존재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한반도’라는 지역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유의 냉철한 분석을 토대로 “애플의 아이팟이나 LCD는 동아시아 드림팀의 작품”이라며 한·중·일·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의 공생과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또한 국제경제 동향과 대규모 유동자금의 흐름을 상세한 표를 통해 진단하면서 “세계 자본의 흐름을 인식하지 못하면 돈을 벌 기회는 없다”고 일갈했다. 오마에 박사는 “이미 ‘돈’은 기회가 있다면 어느 곳이든 흘러간다”고 전제하고 “이제는 인재 경쟁 시대이기 때문에 한국도 세계의 탤런트 인재들이 맹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예를 들며 “한국이나 일본은 중앙집권을 타파하고, 지방자치단체끼리 경쟁하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에는 “일본의 3각 합병 제도를 통해 일본의 유수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마인드를 경영자들이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오마에 겐이치 박사의 강연 요지.

아세안 국가에 대한 투자 늘고 있다

선진국 독점이던 세계 시장에서 신흥국가들의 성장이라는 커다란 트렌드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인도·러시아·터키·옛 소련권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한국·일본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그룹에서 이미 벗어났다. 중국 시장도 변하고 있다.

중국 직접투자는 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10년 전에 ‘중국이 눈을 뜨면 다른 아시아 국가는 끝장난다고 얘기했는데, 오히려 중국이 눈을 뜨자 아세안이 더욱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아직도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중국 투자가 감소하는 배경은 투자가 포화상태고,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또 중국 정부는 더 이상 외국 기업을 환영하지 않는다. 고용 창출만 된다면 누구나 환영하던 중국은 이제 하이테크와 서비스 분야를 제외하면 반기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일본·한국의 대 중국 직접투자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인도는 중국의 자극을 받아 설비·인프라 투자, 해외 진출, 선진국 기업과의 인수합병(M&A) 등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인도는 머리 좋고 경영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해외로 나갔고, 다시 인도로 돌아와 자국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비해 인재의 질이 높고, 민주주의 국가이며, 영어를 사용하고, 젊은 인구가 많다는 것이 강점이다. 앞으로 5년 후 공장에서 일할 수 있는 노동인구(15~60세)는 인도가 중국보다 많아질 것이다. 중국이 ‘한 자녀 정책’ 때문에 급속히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미국 병원에 가보면 의사 다섯 명 중 한 명은 인도인이다. 영국의 변호사·회계사·의사 두 명 중 한 명은 인도인이다. 최근 미국에서 상장한 144개사 중 인도 출신 CEO가 32명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다. 다음은 이스라엘, 대만 순이다. 일본 사람은 전혀 없다. 일본은 일본을 벗어나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유럽 경제는 최근 수년간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EU 확대에 따라 역내 무역이 활성화되고 중동·산유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도 늘고 있다. 스페인의 경우 이민을 많이 받아들여 성장이 돋보이고 독일은 동서통합 후의 어려움에서 벗어나 다른 국가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시베리아·극동러시아는 좋지 않지만 서러시아 경제발전은 눈부시다. 에너지 가격이 올라가고 수출이 신장되면서 중간소득층이 형성돼 중형차 판매가 늘어나는 등 개인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칼리닌그라드, 로스토프(현대차도 진출)에 진출하고 있다.

대규모 유동자금의 흐름 꿰뚫어라

미국의 거대 펀드, 오일 머니, 중국 머니 등 세계의 자금(유동자금)은 국경을 넘나들며 신흥국, 외환시장, 선물시장, 미국 국채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거액의 자금이 높은 이율을 얻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신흥국은 경상흑자가 급증하면서 외환준비액이 늘었다. 특히 신흥국들은 달러를 유로로 바꾸고 있다. 일본의 경우 달러와 유로화 밸런스가 맞아가고 있다. 이는 달러의 약세, 달러의 몰락 위험성을 내포한다.

일본은 장기간에 걸친 제로 금리 정책으로 엔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엔화는 유로와 비슷한 금리를 유지해야 하지만, 정치·경제적으로 여력이 없다. 정부가 낮은 금리 정책을 통해 은행과 기업 형편을 봐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엔 약세에 악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본이 계속 저금리를 유지해야 하나’라는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통화시장에서 미국의 연금기금과 대학기금의 영향력이 크다. 이 기금들이 헤지펀드로 유입되면서 헤지펀드 자산 잔고가 1조 달러를 넘어섰다. 하버드대학의 기금은 30억 달러에 육박한다. 많은 부분은 헤지펀드에 투자된다. 하버드의 경우 수업료를 0원으로 해도 기금 운용 이익만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미국 대학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수업료를 받지 않고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다. 원유의 약 70%는 투기다. 헤지펀드는 원유를 산 후에 다시 팔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이 투기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가격이 조정되고 있다. 지금은 상황이 안정돼 있다. 더욱이 세계 경제는 1배럴에 80달러가 돼도 괜찮다는 경험이 있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 오일 머니가 영국이나 조세 회피 지역을 경유해 세계 자금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일 펀드 자금은 상품시장에서 미국 블루칩, 아시아 주식으로 유입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5월 세계 금융긴축으로 구미 펀드가 일시적으로 자금을 회수하자 아시아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후 금리인상이 종식되면서 다시 펀드자금이 유입돼 아시아 증시가 올랐다. 같은 해 9월 원유·금·은·동에 잉여자금이 지나치게 유입돼 가격이 떨어지자 미국의 블루칩으로 이동하고, 다우지수가 오른 것이다.

상품에 투자된 펀드자금들이 미국의 대형 종목으로 피난한 것이다. 다시 말해 선진국, 신흥국 상품·주식에 투입된 돈이나 미국에 투입된 돈이 같다. 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돈 벌 기회가 없다. 이 흐름을 알고 빨리만 하면 연간 20%, 20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바이아웃펀드(Buyout Fund : 부실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구조조정이나 다른 기업과의 M&A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거두는 펀드)로의 자금 유입으로 업계가 재편되고 M&A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됐다. 앞으로도 국경을 초월한 세계적인 합종연횡이 계속될 것이다. 철강·자동차·증권거래소 등 대부분의 업계·산업에서 국제적인 개편이 일어나리라고 예상된다.

일본은 철학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변화하고 있다. M&A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공개매수(TOB)도 일상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BMO(Management Buy Out : 내부경영자 인수)도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이런 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없었다. 특히 일본은 2007년 5월부터 해제되는 3각 합병으로 해외기업에 의한 인수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회사, 자회사의 시가총액이 많은 회사, 내부 유보액이 많은 회사가 목표물이 될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3각 합병을 흥미있는 옵션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본 히타치의 경우 시가총액과 상장 계열사 지분, 내부 유보액 등을 계산해 보면 600억 엔으로 살 수 있다. 경영자라면 이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아세안은 이미 경제적으로 하나다

중요한 점은 전체 아시아에서 각국 기업들은 시가총액으로 경쟁해야 한다. 보다 큰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아시아를 하나의 시장으로 파악하면 해결된다. 가령 세계 통신업체 중 시가총액 1위인 중국의 차이나모바일은 일본 거대 시장을 돈만 있으면 손에 넣을 수 있다. 3각 합병을 통해 주식 스와프로 합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는 2005~2006년 경기가 호조라고 한다. 하지만 기업은 이익을 내지만,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질 소득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종업원들의 분위기는 어둡다. 더욱이 일본은 노조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년퇴직만 기다리는 종업원이 많다. 그러나 일본에 비즈니스 기회는 있다. 일본 젊은이들은 부채가 많지만, 노인들은 저축이 많다.

개인금융자산은 1500조 엔에 달한다. 그 대부분을 순저축 잔고가 많은 50세 이상 노인이 갖고 있다. 일본인은 죽을 때 3500만 엔을 무덤에 갖고 간다. 이들이 살아있는 동안 좋은 생활을 할 걸 그랬다고 후회해도, 나이가 80세가 넘으면 이미 늦다. 이런 돈이 시장으로 나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돈을 버는 사업을 해보지 않겠는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심갑보 삼익THK 부회장, 김광수 이코노미스트 대표 등이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맨 왼쪽부터).


향후 5년 사이에 800만 명이 은퇴한다. 이들의 돈 54조 엔을 쓸 길이 없다. 주택론은 이미 지급했다. 한국의 때밀이 여행으로는 쓸 수 없는 큰 돈이다. 유럽에 매주 가도 못 쓴다. 일본 노인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중국과 일본에 가서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하라. 아시아를 하나의 시장으로 파악하면 기회가 있다.

동아시아는 사이가 나쁘다. 정치적, 감정적으로 좋지 않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문에서 보면, 동아시아는 EU처럼 존재하고 있다. 대만과 중국은 허니문 상황이다. EU는 60%가 역내 교역이다. 동아시아는 50%가 역내 교역이다. 경제적으로 하나의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정치적 프레임 워크 없이도 경제는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이 안에서 더 수익을 얻게 된다. 왜냐하면 일본에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하지 않는 기간 부품과 공장 기계를 만든다. 이를 한국과 중국이 사들인다. 특히 한국은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부품을 일본에서 사기 때문에 한국이 중국에서 활약할수록 일본에서 사는 물건은 더 많아지게 된다. 동아시아 지역 간 교류에서 최종적으로 혜택을 보는 것이다. 물론 현재 동아시아 무역은 중국이 좌우한다. 가장 시장이 개방돼 있다. 한국은 일본에 시장 개방이 안 돼 있다. 직접투자 역시 중국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도 기회가 있다. ‘황해 자유무역지대’에서 강력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국내에서만 생산하지 않는다. 중국을 잘 활용하고 있다. 황해 경제권의 중심은 부산이다. 부산에서 캐리어로 가져가서 톈진(天津), 다롄(大連)으로 가고, 그곳에서 만들어진 것을 다시 실어와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한다. 이미 중국에는 일본의 10배가 넘는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은 한국 기업과 함께 중국에서 사업하기를 원하게 됐다.

일본 기업에 한국은 경쟁 상대가 아니라 고객이고 파트너다. 중국에서 잘하려면 한국 기업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발상은 불과 5년 전에는 없었다. 현재도 한·일 양국은 중국 비즈니스에 있어 연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국, 동아시아 드림팀을 이용하라

동아시아가 정치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다. 그러나 비즈니스맨은 열심히 비즈니스를 하면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다. 동아시아, 그리고 환황해권 무역 구역은 가장 액티브한 지역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LCD는 특허 분쟁이 정리됐고, 다양한 라이스 크로센스로 3국 공동 작품을 만들고 있다. 서로 협력하면서 3국이 수익을 얻고 있다. 이런 모델은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다. 3국뿐이다. 이런 식의 패턴은 10년 전에는 생각도 못했다.

애플사의 ‘아이팟(iPod)’도 동아시아 국가들의 공동작품이다. 제품 컨셉트는 미국(애풀)이 제시했지만, 부품 생산 등은 동아시아 연합의 공동작품이다. 애플은 ‘동아시아 드림팀’을 만들면 된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전 세계에 1억 대를 팔았다. 만약 미국에서 다 만들었다면 100만 대도 팔지 못했을 것이다.

유럽에서 보면 매우 부러운 상황이다. 아세안은 이미 경제적으로 형성돼 있다. 이것을 빨리 인식한 회사가 선점한다. 한국 기업들도 한국이라는 지역에 매몰되면 안 된다. 한국 회사는 동아시아 회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나는 그동안 ‘아세아’라는 공동 통화를 만들자고 주장했지만 실현이 안 됐다. 혹시 중국 위안화가 동아시아의 공동 통화가 될 수도 있다.

이미 동아시아는 국가 간 서로 의지하고 있다. 중국은 대만에 의지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최대 투자자다. 대만 인구의 10%가 중국에서 일한다. 40%의 대학 졸업자가 경험을 쌓기 위해 중국으로 가고, 9만여 기업의 자본이 대만으로부터 들어온다.

중국은 대만을 엮어 ‘1국가 2시스템’을 바라지만, 이미 ‘2국가 1시스템’이다. 또 한국은 중국 ‘황해 자유무역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은 기계 핵심 부품을 동아시아 3국에 공급하고, 중국 경제는 일본의 낡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비아그라 역할을 하고 있다. 동아시아 번영으로 호주는 ‘광물, 식료품 자원’ 등으로 뜻밖의 횡재를 얻게 될 것이다.

국가의 부는 인간자원의 총합이다

‘국가의 부’는 인간자원의 총합이나 마찬가지다. 인재 경쟁, 휴먼 캐피털이 상당히 중요해질 것이다. 이미 ‘돈’은 기회만 있다면 어디서나 모여든다. 이제는 땅을 수입할 수도 있다. 호주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은 호주 땅을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 자본은 더욱 더 발전할 것이다.

21세기 교육 시스템을 통해 인재를 위한 ‘허브’를 만들어야 한다. 할리우드, 실리콘밸리, 싱가포르·홍콩처럼 전 세계에서 탤런트 인재가 모이는 국가가 돼야 한다. 이런 인재들이 한국에서 맹활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국이 발전한다. 이제 세계 경제는 지역권, 작은 국가로 빠르게 재정렬하고 있다. 중국은 큰 국가지만 사실 지방자치단체에 큰 힘이 있다.

100만 명 이상 도시 200여 개가 서로 경쟁하고 있다. 중국이 발전하는 이유는 지자체 간 경쟁이 중국의 강점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도 이것을 흉내 내고 있다. 도시 간 경쟁을 통해 전 세계 기술과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은 중앙집권을 타파해 지자체가 활성화하는 것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이 배워야 할 것들

대만은 미국·중국·일본을 인사이더(Insider)로 인식한다. 강대국을 뼛속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만인들은 일본어를 잘한다. 중국 표준어인 베이징어를 쓰고, 영어도 잘한다. 한 가정에서 딸은 미국 국적, 아들은 호주 국적을 가진 경우가 많다. 한국과 대만은 5000달러까지는 동등하게 갔지만 2만 달러는 대만이 먼저 실현했다. 한국 젊은이들은 과거 일본에서 공부한 노인 세대 외에는 일본어를 거의 모른다. 중국어·일본어에 능통해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가파른 환율 하락을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일본은 달러당 360엔에서 80엔으로 하락하는 경험을 하고도 살아났다. 달러당 250원 한다면 과연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 경영자들은 모두 중국으로 나갈 것이다. 그 어려움을 한국은 모른다. 그 속에서 일본에 머물렀던 경영자들에게 생존의 방안을 배워야 한다.

중국에서는 외국인 집중 투자를 유치해 도시를 키운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 경제는 지역으로 분산하고, 정치는 중앙에 집중시키는 전략을 배워야 한다.

북유럽 국가에서는 교육개혁을 본받아야 한다. ‘암기가 아닌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하는 21세기 교육’을 유럽 국가로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에서는 ‘언제나 인재에 목말라하며’ 인재를 전 세계에서 수입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특히 ‘헝그리 정신’이 있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세계 여행을 한국인들이 계속 해주길 바란다.

오마에 겐이치가 남긴 말

● 동아시아는 체계가 없을 뿐 경제적으로 EU처럼 존재한다
● 아이팟은 동아시아 드림팀의 공동작품이다
● 한국은 황해 자유무역지대에서 강력한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 일본 기업들은 한국과 협력해 중국에서 사업하기를 원한다
● 한국 정부는 일본의 엔 약세 문제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한다
● 200만 명의 대만인이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 그들은 지금 허니문 중이다
● 하버드대는 수업료를 0원으로 해도 기금 운용 수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
● 중국인들은 스스로 답할 수 있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 일본인은 죽을 때 평균 3500만 엔을 남긴다. 그들을 대상으로 사업하라
● 미국의 단독 주도권은 끝났다. 세계는 다극적이다. 기회는 어디나 존재한다
● 삼성, LG 등이 일본 히타치나 NEC를 인수합병할 수 있어야 한다
● 원유 가격은 투기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점차 안정될 것이다
● 오일 머니는 조세회피 지역을 거쳐 상품시장, 주식시장으로 흘러다닌다
● 국경을 초월한 M&A, 합종연횡에 의한 업계·산업계 개편이 계속될 것이다
● 저널리스트나 학자보다 스무 살 여성이 오늘과 내일을 더 잘 안다
●몇 명의 위대한 인재가 있는 나라가 21세기 위대한 국가가 될 것이다


오마에 겐이치의 교육관
“뛰어난 개인 만드는 게 국가전략 돼야”
지식보다는 센스가 중요한 시대, 유연한 사고체계 가져야

오마에 겐이치 박사는 “21세기 교육은 20세기와 다른 양상이어야 한다”며 ‘교육 개혁’을 강조했다. 또 “유연한 사고체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에 박사는 “지금까지 교육은 19세기에 만들어진 대로 대답을 가르치는 교육이었다”며 “이제 머리로 기억하는 교육은 1달러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21세기 교육의 특징에 대해 ‘정답이 없고, 선생님도 없고, 답은 계속 바뀌는 것’이라고 했다.

또 ‘21세기 교육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생각해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행하고 습관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종래의 피라미드 조직이 아니라 많은 스폿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교육조직이 필요하고 이는 기업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또 “창의성, 기업가 정신, 리더십, 사람 간 대립을 조정하는 능력, 문제 해결력, 논리적 사고, 가설에 입각해 응답을 찾아가는 것이 21세기 교육의 특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덴마크에는 교사(Teacher)가 없고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촉진자, 조정자)’만 있다”며 유럽 교육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버드 MBA는 케이스 스터디로 9개월을 공부하는데, 이 기간이면 일본 회사는 합병으로 존재하지 않거나, 상황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케이스는 지나간 것을 공부하는 것으로 실시간 온라인을 통해 케이스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시대를 따라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은 지식보다는 센스가 중요해 자기 스스로 해답을 찾는 리더를 키우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고체계의 변혁도 주문했다. 오마에 박사는 미디어를 향해 “미디어는 20세기의 산물”이라며 “우수한 저널리스트들은 스스로 지식이 있다고 생각해 민중을 교육해야 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다르다”고 했다. 그는 “저널리스트들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지우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자신의 지식을 교육하려 하니, 신문이나 TV를 읽고 볼수록 세상에 대해 알 수 없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학자들은 과거 사례만 연구하기 때문에 오늘과 내일 일은 모른다”고 비판했다. 오마에 박사는 “오히려 이들보다 20세 여성이 오늘과 내일을 더 잘 안다”고 했다. 그는 “결국 사고체계(Mental Prame)가 문제”라며 “세계는 미국 단독 주도권 시대에서 다극화(Multipolar)됐고, 돈을 창출하는 기회는 전 세계 어디서나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강연 후 가진 ‘질의 응답’을 통해 “몇 명의 위대한 사람이 있는 국가가 21세기 위대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프리터족, 니트족에 대한 교육정책을 펴는 것과 관련, “프리터는 공업화 사회의 낙오자”라며 “이들을 세금을 가지고 양호한 레벨로 올린다고 해봤자 그런 인력은 중국에 1억 명, 베트남에 3000만 명이 넘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금을 가지고 이들을 낙오 대열에서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국가적 우선순위는 아니다”며 “지금 사회는 뛰어난 개인을 많이 만드는 것이 국가 전략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하기 때문에 내가 비인간적이란 얘기도 듣고 인기가 없는 것”이란 농담도 했다.


현장 스케치
재계 대표급 CEO 300여 명 참석

▶오마에 겐이치(왼쪽)와 강신호 전 전경련 회장.

현정은·강신호·윤석금 회장 등…“경영인으로서 많은 것을 느꼈다”

3월 27일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 마련된 300석의 자리는 강연 예정 시간인 오후 2시가 채 되지 않아 꽉 들어찼다. 행사장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윤영달 해태제과 회장, 배영호 코오롱 대표이사, 윤만준 현대아산 대표이사,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 표희선 신도리코 대표이사 등 재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했다. 신라호텔 관계자가 “근래 보기 드문 광경”이라고 할 정도였다.

분위기는 시종 진지했다. 강연이 진행된 두 시간 동안 자리를 뜨는 참석자는 아예 눈에 띄지 않았다. 눈과 귀가 오마에 겐이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됐다. 오마에 박사가 중간 중간 던지는 농담이 팽팽한 긴장감에 묻히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만큼 행사에 참석한 학계·재계 리더들이 ‘한국 경제,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강연 중 오마에 박사가 “일본은 달러당 360엔에서 80엔으로 떨어져도 견뎌낸 나라다. 원화가 1달러에 250원이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에는 좌중에서 웅성거림과 한숨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강연은 ‘오마에 겐이치’라는 명성을 새삼 확인시켜줬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한국 경제를 동아시아 경제와 세계 경제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비교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새로운 관점과 정보가 많은 강연이었고 역시 오마에 겐이치의 명성에 걸맞은 강의였다”고 소감을 전해왔다. 윤 회장은 “히타치 제작소와 GE의 생산성 향상 비교를 보면서 하나는 90년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하나는 500% 성장한 것이 인상 깊었다.

기업 경영인으로서 느낀 점이 크다”고도 했다. 또 “일반인들의 평균치를 끌어올리는 것에 자원을 쓰기보다 유능한 사람을 세계적인 인재로 키워야 국가와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오마에 박사의 교육 혁신에 동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강신호(동아제약 회장) 전 전경련 회장은 “경영의 방향을 잡는데 오마에의 강연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며 “강연 중에도 언급되었는데 노키아 하나가 핀란드를 먹여살리듯 걸출한 사람들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역시 기술개발 외에 답이 없다”고 강평했다.

윤병석 보스턴 컨설팅 부사장은 “한·중·일이 같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었는데, 이것을 논리적으로 중요한 팩트들을 통해 잘 풀어나가서 인상깊었다”고 전했다. 이유재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중국·베트남·인도 등 새로운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오마에의 의견에 가장 크게 동의한 부분은 ‘수월성’ 위주로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빌 게이츠 같은 CEO를 10명 정도 만들어야 한다. 나도 교육자로서 티처(teacher)가 아닌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가 되기 위한 고민거리를 하나 안았다”고 말했다.

조태원 한국HP 부사장은 “ 샌드위치 코리아·청년실업 등 현재 한국이 처한 환경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더구나 말로만 듣던 일본의 엔고 하락 문제도 현실적으로 보게 됐다. 기업인의 입장으로서 아이팟의 분업화 사례가 크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는 “최근에 들었던 한국 경제에 관한 강연 중 단연 최고였다. 세계 경제에서 한국의 위치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정확하게 지적해줬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줬다. CEO들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강의였다”고 총평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오마에 겐이치의 강연을 DVD로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주요 참석자 명단(가나다 순)>
경제계

강경수 해태제과 대표이사,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파트너, 김원 삼양사 대표이사, 김석중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 김성오 메가스터디 대표이사, 김재실 성신양회 대표이사, 김중겸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김호경 대우증권 전무, 김호일 현대시멘트 부회장, 김흥수 STCO 사장, 다카야마 하루오 미쓰미시 전기 지점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배영호 코오롱 대표이사, 서갑수 한국기술투자 회장, 선우영석 한솔그룹 부회장, 손복조 대우증권 대표이사, 시오세 마사아키 소니서플라이체인솔루션즈코리아 대표이사, 어진 안국약품 대표이사, 오시카와 마사토시 한국미쯔비시중공업 대표이사, 유형오 하나로드림 대표이사, 윤동환 한국콜마 대표이사,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윤영달 해태제과 회장, 이영 캐나다항공 사장, 이억기 파이컴 부회장, 이영두 그린화재해상보험 회장, 이찬일 서울에셋투자 대표이사, 이철영 현대해상 대표이사, 이헌구 까사미아 대표이사, 장완수 크라운제과 대표, 정관영 듀오백코리아 대표이사, 정종열 동부증권 대표이사, 조봉한 하나은행 부행장, 조석종 YB인터내셔널 회장, 조태원 한국HP 부사장, 최인숙 마리인터내셔널 대표이사, 고다 미네오 한국닌텐도 대표이사, 표희선 신도리코 대표이사,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 황상섭 한국페링제약 대표이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학계·연구소·기타
강응선 서울사이버대학교 부총장,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 고성천 삼일회계법인 전무, 김병수 삼성경제연구소 지식사업 그룹장, 김상경 한국국제금융연수원장, 김선옥 통계청 정책홍보담당관, 김영환 조인스닷컴 본부장, 서상목 21세기교육문화포럼 이사장, 송필호 중앙일보 대표이사, 야마모토 에이지 일본대사관 경제부 공사, 에비나 후미니치 삼일회계법인 고문,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윤병석 보스턴컨설팅 부사장, 이유재 서울대 교수, 정준명 삼성인력개발원 사장, 차주현 식스시그마경영연구소 대표이사,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최종태 서울대 교수,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882호] 2007.04.0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