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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의 퇴직, 1번의 은퇴 준비 해야

도일 남건욱 2007. 9. 2. 16:30
2번의 퇴직, 1번의 은퇴 준비 해야
40대 중반 대기업 차장 상담 사례
언제까지 일할 것인지가 중요…지금 45세면 남은 삶은 무려 32년
은퇴 후 재무설계 전략②
재무설계 전문가인 나는 30대 중반의 대기업체 A과장과 상담을 진행하다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몇 번의 은퇴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동시에 40대 중반의 B차장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A과장은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고, B차장은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2번 정도’라고 답을 했다. 이 B차장의 상담 사례를 통해 은퇴 노하우를 알아보자.

은퇴 개념을 ‘정확하게’알자

은퇴의 사전적 의미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이다. 그런데 이 말은 조금 더 현실적으로 풀이하면 그 뜻이 달라진다. ‘직장을 그만두거나 소득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직장 퇴직 후 연금 수령을 생각한다. 하지만 연금을 받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만큼 좋은 노후준비는 없다. 20~30대는 흔히 40대 중반의 화려한 은퇴를 논하거나, 안락한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게다가 지금 40~50대는 아직도 젊고, 활기차며 계속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장 은퇴 후 65세 이전까지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은, 기실 젊은 층보다 조금 더 치열하게 살아간다.

사람들은 현재의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은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하는 일을 그만두는 걸 은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어나는 평균수명과 고령화의 문제는 ‘은퇴’라는 말에 엄청난 중압감을 실어주고 있다. 이제 은퇴 준비를 하더라도 조금 더 세분화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시 위의 질문 현장으로 돌아가 보자. “2번의 퇴직과 1번의 은퇴를 준비해야 합니다.” B차장이“2번 정도”라는 답을 하자 나는 이렇게 즉각 말을 했다.

나는 또 이렇게 물었다. “현재의 직장에서 한번 정도 이직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맞나요?”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2번의 퇴직과 1번의 은퇴를 준비해야 합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직장에서 퇴직한 후,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시점이 은퇴입니다. 퇴직과 은퇴를 구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퇴직 후부터 은퇴까지의 기간은 노후를 준비하는 마지막 시점이기도 합니다.”

나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각각의 퇴직 시점에서 소득이 변화하는 것에 대한 준비도 해야 합니다. 또 두 번째 퇴직 후에서 은퇴까지, 즉 연금을 수령하기 이전까지의 시기에 소득이 급격히 줄어드는 기간 동안에, 노후자금을 보존하기 위한 준비도 아울러 해야 합니다.”

“현재 나이가 45세인데 앞으로 32년 이상의 기대여명이 예상되며,배우자 분은 38년 이상의 기대여명이 예상됩니다. 평균적으로 35년 이상의 노후 기간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B차장은 노후 기간이 35년이란 말에 화들짝 놀랐다. 참고로 기대여명은 어떤 연령에서 생존하고 있는 사람이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연수를 말한다.

“두 번째 은퇴 시점인 55세를 기준으로 본다면 준비해야 할 노후 기간이 25년 이상입니다. 하지만 은퇴 시기(연금 수령 시기)를 55세 아닌 65세를 기점으로 준비한다면 15년 이상의 기간만을 준비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B차장이 ‘25년의 노후 생활’을 준비하는 것과 ‘15년의 노후 생활’을 준비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아주 간단히 비교해도 은퇴 시점에 필요한 노후자금의 크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월 200만원의 생활비가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25년 동안 필요한 노후자금은 6억원(200만원×12개월×25년)이 된다. 반면 15년 동안 필요한 노후자금은 3억6000만원(200만원×12개월×15년)이 된다. 이는 물가상승률과 운용에 따른 투자수익률 등을 배제한 단순한 계산이기는 하다.

하지만 은퇴 시점을 최대한 늦춰 잡는 게, 노후자금을 계산하고 준비할 때 그만큼 유리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은퇴 시점이 이 같은 돈을 계산할 때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얘기다.

교육비·결혼지원금은 별도

퇴직 후부터 은퇴 시점까지는 노후 생활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B차장에게 당연히 해당된다. 이는 가정의 라이프 사이클상 지출이 소득을 초과하는 시기며, 자녀들을 위한 지출(교육비, 결혼지원금 같은 돈)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하게 노후를 준비한다 해도, 65세 이후의 연금을 계산해 준비하는 것 이외에도 별도의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일 퇴직금을 정리해 자녀의 교육비와 결혼지원금으로 써버린다면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으로만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무리한 계획이다. 국민연금을 나중에 많이 받지 못할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개인연금에 과도한 돈을 집어넣는 것도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다.

이 같은 곤란한 일을 사전에 방지하려면 노후자금, 가족 구성원의 나이와 필요에 따른 자금을 예상해 장기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30대 가장의 경우, 자녀 교육비와 결혼지원금 등 목돈의 지출이 예상되는 자금을 노후자금과 분리해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B차장 같은 40대 가장의 경우, 필요한 은퇴자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자녀의 교육비 등으로 배분해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은퇴 시점은 최대한 늦춰라

은퇴 시점은 일단 65세로 생각하는 게 좋다. 이 시기를 은퇴와 노후설계의 기본 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과 시간이 주는 선물인 복리, 그리고 투자 기간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다.

알다시피 국민연금은 공적 연금이다. 많은 문제를 갖고 있지만 공적 연금은 특성상 국가가 망하지 않는 한 지급된다. 그리고 매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면서 지급액이 높아지는 것은 현재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다만 국민연금으로 받는 돈이 적어서(퇴직 전 소득의 20%선) 별도의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말자. 또한 앞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은 계속 사회 논란의 핵심이 될 것이란 점도 알고 있자. 국민연금 수령 방법은 연금조기수령(조기에 미리 할인해 지급받는 방법)과 완전노령연금 수령이 있다. 이때 유족연금 등은 논외로 하고 하는 말이다.

완전노령연금은 65세를 넘어서면 연금지급률 100%를 기준으로 지급한다. 그런데 어떤 소득구간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하나 있다. 69세를 기점으로 해, 연금의 조기수령보다 완전노령 연금의 지급누적액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69세가 넘으면 조기수령보다는 완전노령 연금이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퇴직·개인연금 잘 활용하라

퇴직연금 제도가 실시되면 확정급여형·확정기여형 같은 식으로, 각 기업의 선택에 따라 근로소득자들은 퇴직연금을 받게 된다. 이는 현재처럼 퇴직금을 중도 정산하는 제도가 앞으로 어렵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중도 정산이 가능한 예외조항이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고용이 불안정한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예외조항을 넣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달리 55세부터 수령이 가능하다. 그런데 가능하면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것이 좋다. 하지만 불가피할 경우 55세부터 수령한 다음, 그 돈을 갖고 국민연금이나 개인연금을 받는 시기를 뒤로 늦추는 돈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퇴직연금 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득공제 같은 여러 가지 세제혜택을 누려 왔던 기업연금을 먼저 경험한 여러 나라의 사례를 기초로 해 분석하면 이렇다. 현재 개인연금 영역에서 이미 소득공제 효과가 있는 연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경우,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중 하나만 선택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논의와 개선은 시간이 가면서 더 본격화될 것이다. 하지만 세제혜택이 있는 개인연금을 추가 가입하는 것은 개인에게 자칫 많은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 이는 세제혜택을 부여받는 연금은 과세 대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제혜택 범위 이상으로 보험금 납입을 한다는 건, 비과세와 소득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