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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친환경 기술이 새 쌍끌이호남권, 노른자 기업에 투자 유인

도일 남건욱 2009. 12. 27. 20:10
신재생에너지·친환경 기술이 새 쌍끌이
호남권, 노른자 기업에 투자 유인 극대화
LED 등 녹색산업은 부가이익 커 선별지원 필요
광주·군산=한정연 기자·jayhan@joongang.co.kr

전북 군산의 현대중공업 풍력발전기 생산공장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육상 풍력발전기를 조립하고 있다.

전라북도 군산 국가산업단지의 현대중공업 풍력발전공장. 지난 7월 완공된 이 공장 책임자 윤병수 상무에게 최근 세 명의 공무원이 차례로 찾아왔다. 가장 먼저 윤 상무를 찾은 전북 소속 한 공무원은 “혹시 더 도와줄 건 없나? 불편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얘기해 달라”고 했다.

이어 호남광역경제권 선도산업 프르젝트 지원단의 한 공무원이 찾아와 “정부 지원자금으로 함께 R&D센터를 만들 생각이 없는가”를 물었다. 마지막으로 다녀간 건 전남 완도군의 한 공무원이었다. 그는 “바람 많은 완도가 풍력발전단지에는 적격”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완도에 발전단지를 조성할 생각이 있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제안하고 돌아갔다.

윤병수 현대중공업 상무는 “요즘 공무원들이 많이 바뀌었다고 듣긴 했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럼 윤 상무는 3명의 공무원에게 어떤 대답을 내놨을까? 우선 입주 시부터 인·허가, 지역주민 민원 등을 도맡아 처리해 준 전북도 공무원에게 윤 상무는 “고맙다”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지식경제부 산하 선도사업단에는 “난해한 기술인 전기전류장치 개발이라면 함께 R&D센터를 만들겠다”고 역제안했다. 전남 완도의 공무원에게는 “공장 부지, 인·허가, 지역 민원 해결이 가능하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윤 상무가 돕겠다고 나선 공무원들에게 이처럼 다른 답을 내놓은 데는 사연이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 소속의 풍력발전기 생산을 국내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전북 군산을 선택한 것은 이 지역에 공장부지가 있었고, 무거운 풍력발전기를 실어 수출할 수 있는 군산 제5부두가 지척이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가 각종 민원처리 등 지원을 약속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윤병수 상무가 ‘고맙다’ 인사한 이유


이 같은 결정은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을 화두로 잡은 호남광역경제권이 출범하는 것과는 별개였다. 현대중공업이 호남광역권을 인식한 것은 광역위 선도사업단이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R&D센터 건립 의지를 타진했을 때다.

하지만 선도사업단은 현대중공업이 요청한 기술연구센터에는 난색을 표했다. 전기를 일정한 전압으로 공급하는 연구는 선도산업과 다소 동떨어진 주제였기 때문.

대신 협력사 중 풍력발전기 날개를 만드는 업체를 호남광역경제권 차원에서 지원키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호남광역경제권의 존재를 모르고 왔지만 이 공장의 미래는 호남광역경제권 위원회와 선도산업 지원단이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윤 상무는 “풍력발전 사업은 무엇보다 기기의 내구성을 국제적으로 인증받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먼저 국내에서 기기의 기량을 검증받아야 한다”며 “전남 신안은 풍력발전 부지로 원래부터 관심이 있던 곳이고, 완도 역시 인센티브가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풍력발전의 경우 내수로는 해상 발전이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해상 풍력발전 제품이 전력공급량도 많고 가격도 비싸다. 물론 설치비도 비싸다. 그렇기 때문에 윤 상무는 “전력 판매단가가 최소 일반 전기의 3배 이상 돼야 대용량 5MW급 해상 풍력발전기를 가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영기 호남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도 “현대중공업 군산공장이 들어선 것을 보고 호남의 선도산업인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풍력발전산업이 자연스럽게 모일 만큼 호남광역경제권의 구상이 맞아떨어졌다는 뜻이다. 현대중공업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육상 풍력발전기 6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발전기는 협력사 풍산이 100% 지분을 인수한 독일의 야케 제품이고, 컨트롤박스만 수입이다. 이 회사는 자체 기술력이 집약된 이 제품 12대를 생산해 강원도 태백지역에서 운영 능력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미국 수출이 가능했다. 해상풍력도 마찬가지로 검증이 중요하다. 이제 공은 다시 호남광역경제권 운영진에 넘어갔다.

현대중공업 군산공장은 호남광역경제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군산공장이 전북도 내에만 머무르느냐 호남권 전역에 경제효과를 주느냐는 호남광역경제권 사무국과 선도산업 지원단에 달려 있다. 호남광역경제권의 핵심은 결국 얼마나 많은 기업을 해당 지역에 유치해 생산·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느냐다.

그리고 그 기업들의 성격이 선도산업인 신재생에너지, 친환경기술이 될 때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진다. 최종적으로 이종 클러스터 간에 교통·물류 통로가 연결되고 지역 대학에서 해당 기업들에 고급 인력을 제때 공급할 수 있게 될 때 광역경제권은 완성된다.

전북, 광주, 전남 어디에 있든 기업과 지역민들이 동일한 경제적 혜택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향후 행정구역 재편과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최영기 호남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은 “행정구역 재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지만 지역 통합은 경제 통합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호남광역경제권의 최종목표는 ‘21세기 문화예술과 친환경 녹색산업의 창조지역’이 되는 것이다. 36개 기초생활권으로 이루어진 광주시, 전남, 전북이 2020년에는 서해안 골드벨트와 남해안 선벨트를 형성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지역이 되겠다는 것.

 

호남권, 현대중 군산공장에 큰 관심

신재생에너지와 친환경기술(부품사업)로 이루어진 선도산업은 홀로 클 수 없다. 물적, 인적 유통채널이 될 SOC 개발도 호남권이 하나의 통합된 경제권이 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새만금 개발, 여수 엑스포, 서남해안 연륙교, 호남고속철도, 광주외곽순환도로 등 지역연계 SOC 건설을 서두르는 이유다.

호남권은 이런 채널을 통해 새만금과 전주권을 연계하는 녹색산업축, 광주와 목포를 잇는 녹색에너지축, 광주와 광양만의 기간산업축, 광주와 전주 간 첨단지식산업축을 호남 산업발전축으로 삼게 된다. 호남광역경제권은 당장 시작해야 할 시급한 과제가 많다. 그러나 이를 폐쇄형이 아닌 개방형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차인수 해상풍력 허브 PD는 “전남 서해안에 5GW급 해상 풍력사업을 포스코와 5개 발전사와 함께 추진한다”며 “특히 중소기업 19곳을 포함해 앞으로도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모든 사업은 항상 문을 열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품산업인 광산업으로 분류되는 LED 관련 산업은 단순 제조업에서 향후 지식경제축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LED 조명 생산업체 화우테크놀러지는 최근 주문물량이 급증해 제2공장을 경기도 부천에 지었다. 화우테크놀러지도 현대중공업처럼 공장 신축 계획을 선도산업 지정 이전에 확정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호남광역경제권과 교감을 형성하는 것과 달리 이 회사는 다소 다른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

화우테크놀러지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자사 LED 조명에서 부가로 창출되는 탄소배출권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라남도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설치와 관련해 MOU를 체결했다. 전남 나주에는 기후연구소를 만들어 다가올 탄소경제 시대에 대비할 계획이다. LED 자체뿐 아니라 부가 창출되는 가치인 ‘탄소배출권’의 수익성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경제 통합되면 지역 통합으로 이어질 것”

화우테크놀러지 남일희 상무는 “LED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기 때문에 LED 조명 교체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으로 보급을 늘리면 탄소배출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호남광역경제권은 LED를 생산 위주의 산업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LED에서 부가 창출되는 탄소배출권과 관련한 정책은 배제된 상태다.

하지만 업계는 탄소배출권이 조만간 큰 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호남광역경제권이 시급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영기 호남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은 호남광역경제권이 벤치마킹할 만한 예를 두 가지 들었다. 먼저 미국의 오리건주.

자연환경이 호남권을 닮아 있다. 오리건은 도시계획법 범위 내에서 제한적이고 친환경적인 개발을 중시한다. 광역경제권은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두 번째 롤 모델은 한국의 조선산업이다. 최 사무총장은 한국 조선산업은 바다에 면한 자연환경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국내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있었기에 한국 조선산업이 세계 1위를 했다고 설명한다. 최 사무총장은 “현대·삼성·대우 조선3사에 이공계 출신 박사가 1만 명 있다”며 “조선산업 최고의 자원은 결국 인력”이라고 말했다. 호남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는 목포대, 전북대, 전남대, 조선대에 향후 3년간 매년 50억원씩 지원해 녹색산업 특화 과정을 열게 한다. 호남광역경제권 완성은 이제 4년 남았다.

 

“산업기반 취약…배려 더 해줘야”
인터뷰 최영기 호남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

지난 9월 선임된 최영기 호남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은 “호남 지역은 국토 면적의 20%를 차지하지만 인구와 GDP는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여천 산업단지를 제외하면 20%의 국토에서 고작 3%의 GDP가 창출될 뿐”이라며 호남 지역에 좀 더 많은 예산이 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호남광역경제권의 청사진은 무엇인가?

“호남은 다른 지역에 비해 산업기반이 취약하다. 면적은 넓고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토 면적의 20%, 인구로는 10%를 차지하지만 여천에 있는 화학공단을 제외하면 1인당 GDP는 전국의 3%밖에 안 되는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녹색산업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고 국제적으로도 차별화된다. 다만 우리는 처음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시간은 좀 더 걸릴 것이다.”

>> 요즘 대세라는 녹색성장을 호남권이 가져가게 된 이유는?

“호남은 일조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10% 정도 많다. 자연환경으로 봤을 때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더 쉽다. 다른 지역에 비해 기존에 갖춰진 산업 기반이 많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 광역경제권은 방대한 사업이다. 상근 사무직이 12명인데 추진에 무리는 없겠나?

“정부 주도하에 예산과 계획을 짜서 임한다면 광역경제권은 승산 있는 싸움이다. 내 임기는 2년이지만 3~5년 지나면 이 부문에서도 압축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서 긴 호흡으로 봐주면 좋겠다.”

>> 가장 먼저 무엇부터 하나?

“업종 간 융합은 산업계가 아닌 공공부문에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부처, 기관 간 이기주의가 아직 있다. 그러나 나눠먹기식으로 일을 진행하면 광역경제권을 만든 의미가 없다. 3개 시·도가 비교우위에 기반한 합리적인 이해조정과 협력이 가능한 체제부터 만들어야 한다.”

>> 기업 투자유치는 어떻게 돼 가나?

“현대중공업이 최근 군산에 풍력발전 공장을 지었다. 이것을 굉장히 큰 긍정적 신호로 본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사임에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풍력을 꼽았지 않나. 연계해서 연구소나 나아가 조선업 등도 일부 함께 들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

>> 친환경기술 기업 유치는 상황이 어떤가?

“광산업 여건은 상당 부분 조성돼 있다. 하지만 시장이 크지 않다.”

>> LED업계는 탄소배출권과 관련해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고 기존 조명을 LED로 바꿔주면 좋겠다고 한다.

“장기적 안목으로는 그렇다. 지금은 정부가 가로등이나 청사 조명 등 일부를 교체하는 시범사업 수준으로 알고 있다.”

>> 광주시민 몇 명과 얘기해 보니 5+2라는 말은 들어봤다고 하더라. 그런데 문제는 이런 정책이 현실화되리라고 생각지 않는 불신이다. 어떻게 해결해 나갈 건가?

“지역민들에게 몇 년 후에 무엇을 안겨드리겠다고 말씀 드리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했다. 장기적으로 반드시 지역민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 호남광역경제권은 정책을 놓고 갈등이 많았다. 다 해결된 건가?

“우리가 5+3을 주장했던 데는 이유가 있다. 누적 예산 통계를 보면 상당히 열세다. 적어도 대경권, 동남권을 합한 만큼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그러나 5+2로 됐다 해도 그간 산업적인 열세가 있었던 배경은 감안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