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과 위안화를 둘러싼 주요국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베스트셀러 『세계 경제의 몰락-달러의 위기(The Dollar Crisis)』의 저자 리처드 덩컨(사진)은 “주요 국가가 경기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 정부 역할을 키우고 있으며 최근의 국가 간 환율전쟁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전쟁은 미봉책일 뿐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덩컨은 1986년 홍콩에서 애널리스트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방콕 등에서 지내면서 ABN암로, 세계은행 등에서 투자전략가와 금융 전문가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자산관리회사 블랙호스 애셋 매니지먼트(Blackhorse Asset Management) 선임연구원으로, 태국을 주무대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말 『자본주의의 부패(The Corruption of Capitalism)』를 내놓은 덩컨 선임연구원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위기가 끝난 것처럼 보인다.
“지금 우리는 보통의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다. 제조업이 붕괴된 미국 경제는 독자생존하기 어렵다. 지금도 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미국 정부는 돈을 계속 찍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악순환을 멈출 수도 없다. 세계 경제의 큰 축인 미국 경제가 생명유지 지원책 덕분에 유지되고 있다.”
-어느 정도 심각한가.
“예를 들어 지난해 미국 경제 규모는 2% 줄었다. 재정적자는 GDP(국내총생산)의 10% 정도였다. 만약 재정적자가 없었다면 2%만 감소하지 않고 12% 정도 위축됐을 것이다. 재정적자를 통해 미국 경제가 이만큼이라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 규모가 15% 감소하면 실업률은 20%(현재 약 9%대)를 넘어가게 된다. 그렇다면 이는 대공황이라 할 만한 것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최근 세계 각국 정부가 환율 잡기에 나섰다.
“종국에는 달러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기간으로 봤을 때 환율은 이자율 차이에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각국 중앙은행의 결정에 달려 있다. 최근엔 일본 중앙은행이 엔고 현상을 막으려고 개입하지 않는가. 그런데 너도나도 환율 방어에 나서다 보니 지금의 상황은 미국, 영국, 유럽, 중국 할 것 없이 상황이 좋지 않다. 한편 이럴 땐 금의 가치가 계속 올라간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요즘 매일 금값이 최고 값을 경신하고 있지 않은가.”
-금에 투자하면 되겠다.
“우선 금을 추천한다. 금은 매년 평균적으로 10%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하락할 때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봤을 때 금은 경기부양 정책을 쓰든 않든 추천할 만하다. 그러나 금에만 투자해선 안 된다.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을 주목하자. 단, 정부란 본디 말을 자주 바꾸기 때문에 정책에 대응해 투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정부 정책이 어떻게 변화하든지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금 등의 원자재, 미국 정부 채권이나 독일 정부 채권, 주식 그리고 거주용 임대건물로 카테고리를 나누자. 이유는 이렇다. 정부가 돈을 많이 쓰면 이는 채권과 주식에는 좋지 않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은 오를 것이다. 한편 이런 때 부동산 차익을 노릴 수 있다. 반면 정부가 돈을 덜 쓰면 대체로 원자재에는 불리하고 채권엔 좋다. 감소는 하겠지만 임대수익도 얻을 수 있다.”
-투자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요즘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현금 흐름이다. 컴퓨터 화면만 보면서 투자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비즈니스에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고 재산을 지키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자신의 일, 즉 노동을 통한 수익이 꾸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