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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약국과 한국 약국 비교 대상 아니다”

도일 남건욱 2011. 7. 12. 14:59



세라 정 약사(샌프란시스코 카이저병원 약제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말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미국을 예로 들어 우리나라의 감기약 슈퍼판매 현황을 진수희 장관에게 질문했다는 보도 이후 약사 사회가 배신감과 자괴심으로 들끓고 있다.

그 당시 이 대통령이 "미국은 슈퍼에서 감기약을 사먹는데 한국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미국이 여러 분야에서 우리보다 잘 정비된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1960년대처럼 모든 것이 다 부러운 나라는 분명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일본이든, 유럽이든 그 나라들이 갖고 있는 제도가 모두 완벽하게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쓰는 제도는 우리 스스로 만들어 정착시킬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는 점을 이젠 자각할 때가 됐다고 본다.

본지는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를 방문, 의약품 약국 외 판매에 대해 현지 약사를 만나 현지 실정에 대해 물었다.

샌프란시스코 카이저 병원 약제부에서 근무하는 세라정 약사는 "미국에서는 주마다 다르겠지만 여기 약국은 모두 슈퍼 안에 있어요.월마트, 타겟, 킹슈퍼 등에서 타이레놀 등 OTC의약품을 팔아요. 그러나 수퍼 안에는 대부분 약국이 있고 약에 대한 관리도 약사가 직접하며 복약지도를 하고 특정 감기약을 살 때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약국에서 식료품, 소형 가전제품, 화장품, 계절상품, 장난감, 사무용품, 헤어용품 및 기타 잡화를 판매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 약사는 "미국 약국은 처방약으로 인한 마진이 3~5%, 기타 잡화로 인한 마진이 20% 수준"이라고 밝히고 "환자가 처방약 기다리는 동안 약국 안을 둘러보다가 과자를 한 봉지 사든, 세제를 하나 사든, 뭐든 한가지는 사들고 나가야 실제 이익이 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에서 OTC 의약품의 슈퍼판매에 대한 찬반 논쟁에 대해 정 약사는 "미국처럼 슈퍼에서 OTC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한국과 다른 의료제도 및 약국 운영 관련법을 가진 미국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은 일단 근본적으로 사보험제도이며 미국에서 약사만이 약국을 관리할 수 있으며 만약 약국 오너가 부득이 하게 열쇠를 보관해야 한다면 약사가 열쇠를 금고에 넣고 봉인을 한 후 서명을 한 후 건네주고 열쇠를 수령할 때에는 약사가 봉인을 풀고 서명한 기록을 장부에 남겨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약국 오너나 스토어 매니저가 재난 등 응급사태 등을 제외하고 약사없이 어떤 경우에도 약국을 출입하거나 약국을 오픈해서는 안되는 것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덧붙였다.

슈퍼판매의 심각한 피해 사항으로 정 약사는 "얼마전 미국의 최대 약국업체인 CVS파머시가 마약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약 성분을 대량으로 판매해오다 사상 최고액의 벌금을 물게 됐다"며 "마약 제조범들이 CVS스토어에서 메타페타민 제조에 이용되는 약 성분인 PSE가 들어 있는 감기약과 알레르기약 등을 대량으로 사들여 마약을 만들어 판매했다"고 말했다.

아이들 유학차 미국에 온 한국주부 A씨는 "미국 와서 제일 신경 쓰는 것이 아이들이 아픈 것이다. 응급실 한번 들어가면 한국 돈으로 30만원, 의사 한번 만나면 5만원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슈퍼 안에 있는 약국에 가서 약사와 상담하고 약을 사먹고 있다"며 "의료비용을 아끼기 위해 약사와 상담하고 일반약을 구입 한다"며 미국 현지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는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시스템이 미국의 것과 비교할 때 훌륭하게 평가받아야 할 점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면적이 우리나라의 2배이며 약국 숫자는 600여개에 이른다. 한국의 약국 숫자는 2만여개가 넘는다.미국은 인구 6000명당 약국 1개, 우리나라는 인구 2200명당 약국 1개가 있다. OECD국가 중 가장 적은 인구 비율로 약국이 있는 셈이다.

물론 우리 약국의 현실과 슈퍼와 약국이 동거하는 미국의 제도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의 사례를 감안할 때 일부 시민단체나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미국을 예로 든 일반약 약국외 판매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은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