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판매는 약사의 직능
OTC약 판매 실 작성, 약사의 인지도 높여
2011년 5월 15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경기도약사회 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경기도약사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일본 가나가와현약제사회 임원단이 동일본 대지진으로 다사다망한 가운데에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학술대회에서 특별강연을 한 가나가와현약제사회 가토 히사유키 부회장을 만나 지진 피해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현재 한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Q1.먼저 동일본 대지진과 관련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 일본은 지진과 원전폭발사고로 인한 복구에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가나가와현약제사회에서는 어떠한 활동이나 지원을 하고 있습니까.
- 지진 지역서 구강 감염·스트레스성 위장질환 예방
이번 동일본 대지진에 한국 정부와 국민 여러분께서 인명 구조 활동, 긴급물자지원 등 다방면으로 신속하게 도와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본 국민들은 이미 다시 일어서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가나가와현약제사회는 지진 발생 후 후생노동성과 공동 작업으로 선박을 통해 피해지역에 일반의약품, 위생재료 등 긴급지원물자를 약사와 약대생 등 3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여서 대피소에 ‘대형 구급상자’를 설치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총 600상자 이상의 구급세트를 불과 48시간 안에 준비하고 포장, 발송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재난지역에서는 보내온 일반의약품과 위생재료 등을 현지 약사들이 환자들의 증상을 확인해가면서 적절하게 사용했고 특히, 피난을 시작하기 전에는 칫솔 등을 지참하지 않은 이재민들이 거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구강위생을 개선시켜 감염병을 예방하는데 크게 공헌할 수 있었습니다.
대피소에서의 식사 역시 일상적인 식사와는 달랐기 때문에 변비나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위장약과 변비약 등은 이재민들을 위해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그리고 재해대책본부를 세워 후쿠시마현으로 사람을 파견해서 어떤 구제활동이 필요한지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후 한 팀당 4명이 조를 이루어 4박 5일 동안 후쿠시마현 내에 있는 대피소 2군데를 중심으로 의료팀과 동행하며 의료 활동을 펼쳤습니다.
지진 발생 직후에는 전국에서 지원을 위해 모인 의약품의 선별 및 관리를 실시하고 대피소에 있는 개개인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상담 등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복용하던 약을 갖고 있는 환자에게 어떤 효능이 있는지를 묻는 등 평소 복용하고 있는 약을 찾는데 노력하거나 의사의 진료에 동행해서 희망하는 의약품이 없을 경우, 제네릭을 포함해 어떤 의약품이 가장 적절한지를 의사에게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후쿠시마현에서는 원전폭발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 문제도 있어서 방사능 검출이 가능한 패치를 약사 전원이 휴대토록 했습니다. 의료 활동을 마치고 가나가와현으로 돌아왔을 때는 현지에서 어느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되었는지 그 양을 확인하고 장차 30~40년간 보존할 수 있는 기록을 작성했습니다.
이것은 만에 하나 30~40년 후 갑상선이나 혈액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느 시간대에 어디서 무슨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5월이 되고 후쿠시마현 내의 의료기관과 약국도 비교적 많이 복구되었습니다. 때문에 6월부터는 지원팀을 한 팀당 2명으로 줄여서 대피소에서 건강상담과 의료지원을 계속해나갈 계획입니다.
Q2.현재 한국은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로 매우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약사회 차원에서는 투쟁과 협상을 계속 벌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미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약사 없는 곳에서 의약품 판매는 결단코 반대
일본과 한국은 전제가 되는 배경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은 조제실의 유무에 따라 ‘약국’과 ‘약점(藥店)’으로 나뉘며 이 모두 외관상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에는 대형슈퍼마켓 안에 ‘약점’이 있습니다. 약점에는 약사가 상주하고 의약품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약사가 혼자인 경우도 많아서 아침부터 밤까지 약점에 약사가 계속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약사가 부재중인 시간대에 의약품 판매를 요구하는 수요가 있었던 것도 의약품 판매 규제 완화의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번에 경기도약사회 학술대회 참가를 위해 방한해서 처음으로 한국에서도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가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슈퍼이든 어디든 간에 반드시 약사가 있는 곳에서 의약품이 판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약품에는 사용목적, 사용방법, 관리방법 등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약사만이 갖는 직능이므로 만약 약사가 없는 곳에서 의약품이 판매되는 것은 결단코 반대하는 바입니다.
일본의 경우, 등록판매자제도가 있어 登錄販賣者에 의해 일반의약품의 일부 판매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의약품에 대한 등록판매자의 지식이 부족해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해 소비자들로부터 “약사를 불러달라”는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Q3.그렇다면 일본은 왜 약국외 판매를 막지 못했습니까.
- 의약품 부작용 장애환자 단체는 약국외 판매 반대
일본에서는 의약품 판매 규제 완화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외국의 의약품 판매 제도를 조사해왔습니다. 특히, 참고가 될 만한 것은 ‘호주의 의약품제도’ 였습니다.
이것을 참고로 일본의 약사는 모든 의약품(제1류, 2류, 3류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지만 등록판매자는 제2류와 제3류 일반의약품만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약사법개정을 바탕으로 현재의 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은 ‘국민들의 지지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즉 약사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것이 약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판매할 경우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말이 국민들의 입을 통해 큰소리로 나오게 만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반의약품을 비롯해 전문의약품을 올바르게 이용해도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불행히도 그런 부작용 때문에 실명하거나 신체에 장애를 입은 사람들의 환자단체에서는 ‘약사의 의약품 판매’를 지지해주었습니다. 그러나 편리함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민들의 정서가 일본의 의약품 판매 제도를 크게 뒤바꿔놓았다고 생각합니다.
Q4.이처럼 약국 외 판매 문제 등으로 불안한 약국과 약사의 직능을 지키기 위한 대책이나 대응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 일반약에 약사 이름·판매일시·연락처 표시해 판매
의약품은 화학물질과 함께 정보로 구성되어야 비로소 의약품으로 완성됩니다. 일반의약품이라고 해도 판매할 때 의약품정보뿐 아니라 그 약을 사용한 후의 정보 즉, 환자와 약사 상호간의 정보 교류를 실시하는 것이 약사의 직능을 지키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나가와현약제사회에서는 일반의약품 판매 책임자 실(Seal)을 만들어 일반의약품 상자에 붙이고 판매한 날짜와 시간, 약사의 이름, 연락처 등을 기재해서 판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이 일반의약품이 어느 약국에서 어느 약사로부터 구입한 것인지’를 알 수 있게끔 되어 가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어로는 ‘쿠스리’(약)를 거꾸로 읽으면 ‘리스크’가 됩니다. 즉, 의약품은 위험을 동반하는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의약품 사용에 관한 부작용을 실적으로 남겨놓는 건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예전에 ‘가스타’(성분명: Famotidine, 위산 분비 억제제)가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스위치OTC)되었을 때 전국의 약사들이 일반의약품 ‘가스타10’을 사용했을 경우 발생한 많은 위험들을 보고했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도 ‘가스타10’은 제2류 일반의약품으로 변경되지 않고 제1류 의약품으로써 약사만이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Q5.최근 일본의 약제사회 동향과 특별한 변화가 있다면 이야기해주십시오.
- 평생학습제도·재택인증약사제도 최대 관심
가나가와현약제사회는 약사의 평생학습제도를 일본 최초로 만들었습니다. 이 제도는 실천을 함께 하는 연수제도입니다. 또한 재택인증약사제도는 간호사나 개호보조자 등 사이에서 이미 널리 인식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약제사회는 사단법인이 많지만 현재 법인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공익사단법인이 될 것인지 일반사단법인이 될 것이지를 앞으로 2년 후까지 결정해서 서류를 제출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가나가와현약제사회는 공익사단법인으로 신청할 것을 계획하고 있어 현재 회원들의 직종별 분류, 회비, 조직형태까지 대대적인 재검토 작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 가토 히사유키(加藤久幸)
<약력>
1962년생
1986년 東北藥科大學 졸업
2003년 교토대학 대학원 수료 (약학박사 취득)
1990년 와세다대학 문학부 비상근강사
1996년 유한회사 중국전통의약연구소 대표이사 취임
雙葉藥局 개설
2000년 上海中醫藥大學, 成都中醫藥大學 객원교수
2003년 동북대학 약학연구과·동북약과대학 대학원·교토대학 대학원 비상근강사
2006년 가나가와현약제사회 상무이사, 현 부회장
2008년 美國 일리노이주립대학 약학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