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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풍수학] 전국서 모이는 장정 품는 옥녀봉

도일 남건욱 2006. 8. 8. 23:05
[CEO 풍수학] 전국서 모이는 장정 품는 옥녀봉
여성이 무릎 세우고 앉은 모양 …‘조국의 간성’ 길러내는 형세

▶연무읍은 옥녀검색하기가 아들들을 품고 있는 지형이다.

군부대 주둔지는 기본적으로 물과 바람 그리고 주둔지를 숨기는 좌우와 앞뒤의 산이 있어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자리가 바로 명당이다. 오늘날은 예전과 달리 지방의 명문가 터에서 인재를 낳지 않고 있지만 국방의 의무를 통해 명당(군부대 주둔지) 기운을 젊은이들이 받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조국의 간성’을 길러내는 한 부대를 찾아가 보자.

이서구는 영조 30년(1754)에 태어나 순조 25년(1825)에 타계한 조선 후기 4대 문장가 중 한 사람이자 우의정을 역임한 정통관료다. 그가 전라도관찰사로 부임하던 때, 지금의 충남 논산시 연무읍 금곡리를 지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한다.

“이곳의 지형은 금계포란형(닭이 알을 품고 있는 모양)이다. 길 위로는 옥관자(높은 관직을 말함)가 서 말이 나고 길 아래로는 겉보리 천석이 나리라.”

그가 가리킨 곳이 지금의 육군훈련소 자리다. ‘닭다리들’이라고 불리는 이곳에 대한민국 정예사병을 길러내는 연무대(鍊武臺)가 창설되고 아침저녁으로 훈련병들이 ‘병아리’처럼 줄지어 드나드는 것을 보자 이곳 사람들은 새삼 그의 예언에 놀랐다.

‘연무대’에서 이름을 얻은 지금의 연무읍은 1962년 11월까지 구자곡면(九子谷面)으로 불렸다. 문자 그대로 해석해도 구자곡면은 ‘아홉 아들을 둔 마을’이다. 실제 여기서 말하는 9라는 숫자는 천, 만 등 무수히 ‘많다’는 의미다. 이곳 지형이 어떻게 생겨서 예부터 구자곡이라 불리고 앞서 이서구의 예언이 나오게 됐을까.

우리의 전통 산맥 분류에 따르면 논산시와 연무읍 일대의 산들은 금남정맥에 속한다. 쉽게 말해 금강 남쪽에 있는 산맥이라는 뜻이다. 그 산맥의 이력을 살펴보면 이렇다. 백두대간이 덕유산에서 북으로는 금강, 남으로는 섬진강의 물袂綬?따라 새로운 가지를 뻗는다.

덕유산에서 진안 마이산과 이웃한 주화산까지를 금남호남정맥이라 부른다. 다시 완주 만덕산에서 북으로 대둔산을 거쳐 계룡산까지 이어지는 산맥이 금남정맥이고 남으로 전주, 광주를 거쳐 순천까지 이어지는 맥이 호남정맥이다. 호남정맥을 두고 흔히 노령산맥이라고 불러왔다.

마이산을 거쳐 만덕산에서 북상하는 금남정맥은 대둔산으로 올라가기 전, 완주군 왕사봉에서 서쪽으로 한 가지를 뻗어 쌍계사가 있는 작봉산(옛 이름 불명산)을 만들고 다시 서쪽으로 나아가 옥녀봉을 일으키고 이어 여산의 천호산, 익산의 미륵산을 거쳐 군산에서 금강을 사이에 두고 북에서 내려오는 금북정맥(차령산맥)과 마주보게 된다. 논산에서 군산에 이르는 논산평야를 주관하는 산이 옥녀봉이다. 우리의 관심은 바로 이 옥녀봉에 모아진다.

옥녀봉은 그저 지나가는 산이 아니다. 왼편에 함박봉을 끼고 있고 오른편에는 매화산과 증토산이 받치고 있다. 연무읍에서 보면 옥녀의 머리만 보이지만 좌우의 산을 연결해 보면, 옥녀(玉女)가 두 무릎을 곧추세우고 앉아있는 모양이다(玉女端坐形).

지세란 묘한 것이어서 옥녀봉 아래 지내기저수지와 우둔저수지가 마련돼 있으니 어찌 인체에 대한 상상력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우리 속담에 ‘히프’가 큰 여자가 애도 잘 낳는다고 했다. 옥녀봉 아래 동네를 ‘구자곡’이라 부른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옥녀는 전국에서 모여드는 아들들을 품에 안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안심하라(安心里)’고 했고 또 훈련이 끝나면 ‘타고 갈 말(馬山)’을 준비해 놓았다. 이곳을 거쳐 간 사람이라야 ‘구상(九相里:9명의 정승 배출)’에 오를 수 있고 그들은 조국을 위해 ‘대나무 같은 절개를 지키라(竹本里)’고 했다(안심·구상리 등은 모두 동네 이름임).

땅의 성격을 사람이 어찌 임의로 알겠는가. 하늘이 불러들인 것이다. 옥녀와 장정의 만남은 이 또한 음양의 조화가 아니겠는가.


최영주 언론인·풍수지리연구가 (sinmun03@hanmail.net [849호] 2006.07.31 입력